#. 친명계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이재명 대표가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와 나눈 통화 녹취록을 챗GPT로 분석하는 영상을 올렸다. 녹취록을 학습한 챗GPT는 “위증교사 성립 가능성은 작다”며 “검찰이 기소한 게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선 챗GPT가 화제였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판결문을 챗GPT에 입력해보니, 김건희 여사를 구속기소하자고 하더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챗GPT에 이 대표 혐의를 넣으니 종합해서 징역 15~20년 정도라고 하더라”고 받아쳤다.
여야가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챗GPT를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쓰고 있다. 챗GPT는 미국 오픈AI사에서 2022년 11월 초기베타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국내에 알려졌다. 9월 현재 전 세계 약 1억2000만명(활성 사용자 기준)이 사용하고 있고 국내에선 약 300만명이 쓰고 있다. 웹사이트·기사·서적 등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개별 사용자와 주고받은 대화·지식을 통해 최적의 답을 내는 것이 기본적인 작동 원리다.
챗GPT를 좀 더 많이 활용하는 쪽은 11월 위기설을 앞둔 민주당이다. 특히 이 대표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11월 25일)에 대한 대비 움직임이 확연하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검사 사칭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받던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시장 수행비서에게 수차례 전화로 관련 거짓증언을 요청했다며 징역 3년을 최근 구형했다.
김남국 전 의원의 검증 방식은 이랬다. 그는 우선 챗GPT 플러스(유료버전)에 녹취파일·녹취록을 모두 올렸다. 이 대표는 수행비서에게 “있는 대로” “기억나는 대로” 등의 발언을 수차례 했는데, 음성까지도 학습시켜 위증교사 의도가 있는지 따져보기 위해서였다. 김 전 의원은 챗GPT에 “기소된 사람은 야당 정치인이다. 대법원 판례에 비춰볼 때 객관적·중립적으로 위증교사가 맞는지 평가해달라”고 했다.
이에 챗GPT는 “대화 내용은 의견 교환이지만, 고의로 허위진술을 하게 하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대화 내용에서 교사자가 ‘이런 방향으로 진술하라’는 명시적 지시나 고의적인 유도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 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사 입장이 돼 여러 차례 질문해도 같은 답이 나왔다”고 했다.
다만 “챗GPT의 판단이 무조건 옳다고만 볼 수는 없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챗GPT도 편향성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사람처럼 매일 새로운 뉴스를 접하면서 업데이트되는 것이 챗GPT의 특징”이라며 “챗GPT가 경험·지식에 따라 편향적인 판단을 할 수도 있어서 무작정 믿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함께 기소된 수행비서의 위증 인정 주장 등 다양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6월 열린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 세미나에서도 “훈련된 AI도 편견에 노출될 수 있다. 그러면 형사법 분야에 치명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챗GPT 판단을 기초로 정치권이 서로 으름장을 놓은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 7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은 순직해병 의혹 관련 ‘대통령 격노설’을 주장하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걸려온 ‘02-800-7070’이 대통령실 내선 번호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통령실이 “안보상 기밀 사안”이라고 반박하자 강유정 민주당 의원은 “챗GPT에 대통령실 각 부서 전화번호를 물으니 다 나오더라. 안보가 뚫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챗GPT에 그걸 물어보니 ‘알 수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상반된 답을 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7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자신이 챗GPT로 작성한 세월호 사건 사과문을 읽으라고 강요해 “인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문형남 숙명여대 미래교육원 교수는 “국회가 AI의 올바른 사용법부터 제대로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