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국 수놓은 오성홍기… 美 앞마당 점거한 中 [기자수첩-산업IT]

2024-11-04

2024 제다국제모터쇼, 절반 이상 中 업체

中 세력 거세진 중동… 미국 텃밭 점령

"해외 기자들의 관심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딜러사들의 관심도 커졌죠."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4 제다모터쇼'에 작게 부스를 꾸린 중국 브랜드 '홍치(Hongqi)' 관계자의 말이다. 홍치는 이날 오후 1시가 넘어서야 발표회 순서를 잡았지만, 발표를 시작한다는 안내음성이 흘러나오자 수많은 관람객들이 홍치 부스를 메웠다.

올해 제다모터쇼장은 중국 태생 브랜드들이 마치 '실세'처럼 군림한 모습이었다. 홍치, 비야디(BYD), GWM, 하발, 베이징자동차(BAIC) 등 중국 브랜드들의 화려한 부스가 먼저 눈에 띄고, 이들 부스를 지나다보면 기아, 르노, 토요타, 혼다 등 글로벌 유명 완성차 브랜드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미는 구조였다. 언뜻 봐도 중국 업체가 절반 이상은 차지하는 듯 했다.

전세계 자동차업계와 모터쇼 흐름이 '전기차'로 기울고 있지만, 제다모터쇼에서는 그런 양상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글로벌 전체 흐름으로 보면 전기차 시대에 와서야 중국업체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지만, 제다모터쇼에선 내연기관 브랜드, 럭셔리브랜드, 전기차브랜드까지 중국 업체가 이미 골고루 진출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간 미국, 유럽 등 자동차 주요 시장에 가려져있던 중동 시장에서 마주한 수많은 중국 브랜드들은 '위압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언제 이렇게 많은 중국 브랜드가 중동 시장에 진출한걸까. 왜 중동 시장을 선점하기로 마음먹은 것일까.

이날 모터쇼 현장을 둘러보면서 머리를 스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었다. 미국 업체는 단 한 곳도 제다모터쇼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사우디는 미국의 중동 최대 협력국이자 전략적 동반자로 꼽힌다. 미국에 좀처럼 진출하지 못하는 중국 업체들이 미국의 주요 동맹국에선 깊숙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모터쇼'라는 글로벌 대상 행사는 실은 주최지의 자동차 시장을 대변한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 아중동 등 다양한 국가의 기자와 소비자,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이 찾는 행사지만 이 자리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자동차들은 '중동 시장'에서의 판매와 시장에 대한 브랜드 차원의 의지를 암시한다는 의미다.

우리 브랜드인 기아가 제다모터쇼장 정중앙을 꿰차고 있었던 이유도 이때문이다. 기아는 브랜드 사상 첫 픽업트럭인 '타스만'을 제다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타스만이 가장 먼저 출시될 국가는 한국이더라도, 사우디는 타스만을 판매할 주요 국가 중 하나이자 기아의 주요 판매국으로 떠오르는 신흥 시장이다.

사우디는 탈석유를 위한 국가 개발 전략 중 하나로 전기차를 선정했다. 수입에 의존했던 내연기관 시대와 달리 전기차 시대엔 사우디에서 직접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관세를 100%까지 높이고 나서는 미국이 아니고서야,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사우디에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으르렁대는 미국과 유럽의 철통방어에 중국이 엄두도 못내는 상황들이 글로벌 뉴스를 장식하고 있지만, 제다모터쇼에서 마주한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언제까지 미국의 그늘에서 중국 전기차의 기세를 막을 수 있을까. 안심할 수 없다는 마음이 불쑥 들었다.

이날 사우디 전통의상을 입은 수많은 현지 딜러들은 중국 브랜드의 부스에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다. 사우디 시장에서 당장 중국 브랜드들과 경쟁해야하는, 나아가 미국 전기차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우리 업체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민해야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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