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부분이 자기 소유의 승용차를 운전하는 것을 뜻하는 ‘마이카(My Car) 시대’라는 용어가 국내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60년대 중반의 일이다. ‘당시 한국은 세계 최빈국이 아니었나’ 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그래도 서울 시내 도로 위에는 제법 많은 자동차가 굴러다니고 있었던 모양이다.
1967년 4월 어느 일간지에 실린 ‘마이카’라는 제목의 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요즘 같이 길거리에 자가용 차가 사태(沙汰: 사람이나 물건이 한꺼번에 많이 쏟아져 나오는 일)를 이루고 있는 세상이고 보면, 어느 친구 말마따나 3년 안으로 내게도 차 한 대쯤은 굴러들어 오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현대자동차가 국내 첫 독자 모델 승용차 ‘포니’(Pony)를 출시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9년 전인 1975년 12월이다. 이듬해인 1976년 한 해 동안에만 1만대 넘게 팔리며 약 44%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도로 위 자동차의 거의 절반이 포니였다는 얘기다.
포니의 성공은 ‘포니2’(1982), 그리고 ‘포니 엑셀’(1985)로 이어졌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포니 시리즈가 시장을 주름 잡았던 1980년대 중반쯤 한국에 마이카 시대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본다. 1980년 18만대에도 채 못 미쳤던 자가용 승용차가 1990년 190만대로 급증한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포니 시리즈 가운데 특히 포니 엑셀은 국산 자동차로는 처음 미국에도 수출돼 소형차 부문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영예를 안았다.
1990년대 이후 고교 졸업자들, 특히 대학생들 사이에서 자동차 운전면허를 따려는 열풍이 불었다.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소정의 교육을 받고 시험을 거쳐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면허 취득은 곧 성인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란 인식이 생겨났다. 본인은 운전대를 잡고 아내와 자녀들을 조수석 및 뒷자리에 태운 채 드라이브를 즐기는 삶이 그 시절 20대 남성들의 로망으로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1990년대 들어 ‘뚜벅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뚜벅뚜벅 걸어다니는 사람을 뜻하는 말인데, 운전을 못 하거나 자가용 승용차가 없어 걷기만 하는 이들 또는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에 의존하는 이들을 일컫는 일종의 은어가 되었다.
5일 세계일보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운전면허 신규 취득자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젊은이들이 줄어드니 당연한 현상 아니냐고 여길 수 있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운전면허 신규 취득자의 거의 대부분인 10대와 20대 인구가 감소하는 속도에 비해 같은 연령대의 면허 신규 취득자 수가 훨씬 더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26세 청년 A씨는 인터뷰에서 “원래는 취업하면 차부터 살 생각이었는데, 이젠 면허 딸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한 친구들이 차를 샀다가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분수에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뜩이나 “자동차 판매가 예전 같지 않다”며 울상인 글로벌 기업들의 고민이 한 가지 더 늘게 생겼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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