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 통계를 낼 때 동포 선수 승수를 포함시킬 때가 있었다. 한국 여자골프가 LPGA 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막 우승을 쌓기 시작할 때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한국계 선수 우승은 그 통계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대한민국 선수 우승 합계가 100승을 향해 빠른 속도로 움직일 때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선수들의 기세가 한 풀 꺾이기 시작한 시점이 그 100승 돌파와 맞물려 있다. 한국 선수 우승 속도가 몰라보게 느려진 것이다. 혹자는 그 원인을 헝그리 정신이 사라진데서 찾으려 하고 혹자는 다른 국가 선수들의 실력이 좋아졌다고 분석한다.

한국 선수 우승 소식이 뜸해진 것과 달리 두각을 보이는 한국계 선수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어느새 세계 랭킹 30위 이내 한국 선수와 한국계 선수 숫자도 5명씩으로 똑같아졌다. 30위 이내 한국 선수는 세계 7위 유해란, 10위 김효주, 13위 고진영, 22위 최혜진 그리고 29위 양희영까지 5명이다. 한국계 선수는 세계 3위 리디아 고(뉴질랜드), 5위 이민지(호주), 21위 노예림(미국), 25위 그레이스 김(호주) 그리고 27위 앤드리아 리(미국) 순으로 5명이 채워졌다.

올해 우승 횟수도 4승씩으로 똑같다. 한국 선수 우승은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김아림, 포드 챔피언십 김효주,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 유해란 그리고 ‘팀 대항전’인 다우 챔피언십 이소미와 임진희다. 한국계 우승은 파운더스 컵 노예림,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리디아 고,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이민지 그리고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그레이스 김이다.

최근 2개 메이저대회 우승은 모두 한국계 선수의 몫이 됐고 그 사이 다우 챔피언십에서 이소미와 임진희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과 한국계’ 선수가 3연승을 합작하게 됐다. 올해 치러진 18개 대회에서 모두 서로 다른 얼굴의 챔피언이 나오는데, 한국은 물론 한국계 선수가 혁혁한 공헌(?)을 하고 있는 셈이다.
드라이브 거리 3위에 올라 있는 장타자 오스턴 김(미국)도 최근 두각을 보이고 있는 한국계 선수 중 한 명이다.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이민지에 이어 공동 2위에 오른 오스턴 김은 세계 랭킹 43위를 달리고 있다. 주목을 받는 한국계 선수 중에는 세계 80위를 달리고 있는 앨리슨 리(미국)도 있다. 멕시코 마야 오픈에서 단독 2위를 차지한 루키 제니 배(미국)도 기대를 모으는 한국계 선수다. 그의 세계 랭킹은 139위다.

문제는 두각을 보이는 한국계 선수 숫자가 많아지면서 그들에 대한 국내 골프팬들의 관심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리디아 고나 이민지에게 보냈던 열렬한 팬 심이 최근 어린 선수들에게까지는 전해지지 않는 분위기다. 분명한 것은 동포 선수에 대한 관심의 온도 차이가 존재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여자골퍼의 피에 흐르는 뛰어난 골프 유전자는 같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