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스테이’로 시범사업…임대시장에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안착할까

2025-01-23

3기 신도시 등 기업형 민간임대 ‘3000가구’ 공급 목표

첫 실버스테이 공모 중, ‘27곳’ 의향서 제출…민간업계 관심 많지만

‘민간임대주택법’ 국회서 계류 중, 정책 지속성 ‘불안’

“고급화 전략 없이 수익 내기 어려워…서민 등에는 부담”

비아파트 전세시장이 지고 월세가격이 오르면서, 기업형 장기민간임대주택이 임대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 정부가 첫 시범사업으로 구리갈매역세권에서 추진하는 실버스테이 공모 결과에 따라 기업형 장기민간임대주택 정책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실버스테이 1500가구를 포함한 기업형 장기민간임대주택을 3기 신도시 등 우수입지에 선도사업으로 총 3000가구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기업형 장기민간임대주택은 리츠 등 법인이 100가구 이상 대규모로 최소 20년 동안 임대로 운영하는 사업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운영했던 뉴스테이와 비슷한 사업으로, 임대기간이 8년에서 20년으로 늘어났다.

국토부에는 전세사기로 인해 쑥대밭이 된 임대시장에 기업이 운영하는 임대주택을 도입해 임차인이 안정적으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다양한 소비자를 위한 임대주택이 개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월세 가격이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민간에서 추진하는 임대주택 관련 정책에 힘을 실어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연립·대세대 주택의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104.93으로 23개월 연속 올랐다.

임대시장 흐름이 전세에서 월세로 이어지자, 글로벌 부동산 디벨로퍼와 투자사들도 국내 주택 임대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 디벨로퍼인 하인스는 서울 신촌 등에서 건물을 매입하는 등 직접 임대주택 사업을 운영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모건스탠리는 SK디앤디와 함께 195실 규모의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밖에도 영국의 부동산 투자회사 M&G리얼에스테이트를 비롯해,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국내 임대주택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 같은 흐름에 더해 고령화 사회의 가속화에 따른 시니어 레지던스 수요 확대에 따라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사업의 일환으로 실버스테이 사업을 시범사업으로 공모 중인데, 27개의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말까지 국토부에서 사업참여의향서를 접수 받은 결과 총 27곳이 의향서를 제출한 것이다. 국토부는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3월 25일까지 최종 제안서를 받고 4월 초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향후 공모에 선정되는 기업은 초기 임대료를 유사시설의 95% 수준으로 공급해야 하고, 고령자를 위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지만 주택도시기금 출자 및 융자, 취득·재산세 감면, 종부세 합산 배제 등을 비롯해 감정가보다 저렴하게 택지를 공급받을 수 있다.

다만 실버스테이를 비롯해 기업형 장기민간임대주택이 자리를 잡기 위해선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각종 세제 혜택과 임대료 규제 등을 완화하기 위한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로, 올해 상반기 중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 공모 일정도 지연되게 된다.

이 사업은 박상우 국토부 장관의 역점사업이기도 한데, 12·3 계엄사태 등으로 사임을 예고한 상태라는 점도 사업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버스테이는 관련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업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법률 개정 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임대수익만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월세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서민이나 청년, 신혼부부 등 다양한 계층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는 “실버주택은 중산층이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수준의 관리비가 책정되기가 어렵다”며 “청소나 식사, 의료 등 서비스를 포함해 임대료를 책정한다면 기업 입장에선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이 운영하는 민간임대주택도 고급화 전략을 빼고 수익 내기가 어렵다”며 “땅값이 저렴한 곳에 짓는다면 보다 낮은 임대료를 책정할 수 있지만, 수도권에 서울 접근성이 좋은 곳 중 그런 곳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