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ADHD약 243만여건 처방…3년새 두 배 뛰어넘어

“아이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라 동네 병원에서 처방약을 받아왔거든요. 그런데 작년 말부터 더이상 약을 줄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인근에 다른 병원도 가봤는데 품절이라고 해서, 아예 다른 지역까지 수소문해 받긴 했는데 여기도 물량이 부족하다고 하네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신모(53)씨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생인 딸 김모(18)양이 ADHD 치료제 약을 먹지 못해 학교생활에 지장이 될까 걱정이다. 김양은 오랫동안 ADHD약 ‘콘서타’를 10년 가까이 복용해왔다.
최근 ADHD 치료제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ADHD약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수요가 대폭 늘면서 실제 필요한 환자들이 약을 얻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일보가 2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청해 입수한 ‘메틸페니데이트(ADHD 치료제 성분) 처방 현황’ 자료를 분석하면, 지난해 243만7508건 처방됐다. 2021년 111만8575건 처방된 것을 감안하면, 3년 만에 두 배 넘는 처방이 이뤄진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80만8555건, 경기 61만1156건, 부산 24만164건, 대구 13만7825건, 인천 10만5445건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10대가 약 75만건으로 가장 많이 처방받았다. 이어 20대가 66만7000건, 30대 43만2000건으로 뒤를 이었다.

ADHD 치료제 처방이 늘고 있는 것은 아동·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 ADHD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진단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최근 몇 년 새 ADHD약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지면서 ADHD 환자가 아닌데도 약을 찾은 영향이 크다.
특히 ADHD약 중 한국얀센의 ‘콘서타’는 하루 한 번 복용으로 장시간 효과를 유지할 수 있어 가장 대중적인 약으로 꼽힌다.
콘서타와 비슷한 성분의 약인 명인제약의 ‘메디키넷’도 품귀 사태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콘서타의 대중성에 밀려왔지만, 품절 상황이 장기화되자 대체제로 메티키넷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한 대학병원 정신과 교수는 “제약사에서 따로 광고를 하지 않아도 입소문을 타고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전해들었다”며 “현재 대학병원에서는 품절 상황은 아직 있진 않지만, 의원급 병원에서는 구하기 어렵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콘서타를 공급하는 한국얀센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지난해 4월과 7월, 올해 2월까지 총 세 차례 콘서타의 공급부족을 보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콘서타 원료를 제조하는 업체가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약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기 위해 콘서타 원료 제조를 축소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얀센 관계자는 “현재 콘서타 공급 문제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공급이 언제 회복될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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