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펴고 똑바로 앉아야지.”
강지수(38)씨가 요즘 아들(8)에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 그럼 아이는 등을 펴고 꼿꼿하게 앉습니다. 그런데 그때뿐입니다. 어느새 또 등이 굽어 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다가가 직접 등을 펴주면, 아이는 짜증을 냅니다. 왜 이렇게 자세가 삐딱한 걸까요? 이러다가 척추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아정형외과 전문의 조재호 아주대병원 교수를 찾아갔습니다. 조 교수는 “잔소리하는 게 문제”라고 하네요. 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요?
‘똑바로 앉으라’고 백날 잔소리해 봐야 소용없어요. 그럴 시간에 나가서 뛰어놀게 하세요.
조재호(55) 아주대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의 ‘아이 등 펴는 처방’은 ‘나가 노는 것’이었다. “뛰어놀면 폐활량이 늘어나 폐가 흉추를 뒤로 팽창시키고 등이 펴진다”는 것이다. 한데 요즘 아이들은 도무지 나가 놀 시간이 없다. ‘7세 고시’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일찌감치 책상 앞에 앉아 학습을 시작하는 게 현실이다. 정면에서 봤을 때 척추가 옆으로 휘는 척추측만증이 는 이유다. 앉아서 생활하면서 고칼로리 음식 섭취는 느니 살이 찌고, 그럴수록 몸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편평족’(이하 평발)도 는다. 조 교수는 “반나절 동안 약 80명의 아이를 진료하는데 그중 절반이 척추측만증과 평발”이라며 “가장 좋은 처방은 운동인데, 공부하느라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진단했다. “과도한 교육열이 아이들의 뼈 건강을 망치고 있다”는 얘기다.

조 교수는 채 스무 명이 안 되는 소아정형외과 전문의 중에서도 손꼽히는 의사다. 그런 그가 “어떻게 앉아야 바른 자세인지 검색하면 다 나온다”며 “양육자가 알아야 하는 건 아이들이 처한 환경이 완전히 달려졌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과거처럼 뛰어놀지 못하고 앉아서 생활하는 환경에서 아이의 척추와 발을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13일 조 교수를 직접 만났다.
Intro 척추측만증과 평발에 고통받는 아이들
Part 1 “똑바로 앉아라” 잔소리가 문제
Part 2 보조기? 깔창? 그냥 뛰면 된다
Part 3 ‘비싼’ 음식이 ‘좋은’ 음식이 아니다
🪑“똑바로 앉아라” 잔소리가 문제
2013년 전 평발 진단을 받은 아이(5~19세)는 같은 연령대 인구의 0.08%(6611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10년 후 그 비중은 0.27%(1만8223명)로 치솟는다. 척추측만 진단을 받은 아이 역시 0.64%(5만4875명)에서 0.65%(4만3397명, 인구가 줄면서 진단 자체는 줄었지만 비중은 커짐)로 늘었다. 조 교수는 “뛰어놀지 못해 생긴 병”이라고 진단했다.
척추측만이나 평발로 진료실을 찾는 아이들이 늘었다는 걸 체감하나요?
확실히 는 게 느껴져요. 거북목인 아이들도 엄청 늘었고요. 그런데 이 현상과 함께 봐야 할 게 있어요. 골절로 오는 아이들이 줄었다는 겁니다. 제가 전문의 된 지 25년째인데요. 전엔 골절 환자가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10명에 한 명 정도밖에 안 되죠.

골절 환자가 준 건 왜죠?
놀이터에서 놀질 않으니까요. 그러니 뼈가 부러질 일이 없는 겁니다. 아이들은 놀이터 대신 학원에 있어요. 장시간 앉아 있으면 좀이 쑤시죠. 자세가 삐딱하게 됩니다. 게다가 잘 먹잖아요. 그러니 살이 찌고요. 그럼 발바닥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져 발 안쪽 아치를 만드는 힘줄이 퇴화합니다. 평발이 되는 거죠. 결국 안 움직이는데 잘 먹어서 생긴 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