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60대 중반. 신체적·정신적, 그리고 경제적·사회적으로 내리막길에 들어섰음을 100% 인정하니 한결 편해졌다. 지키지도 못할, 너무 거창한 목표를 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고(故)김영삼 대통령이 어릴 적부터 대통령이 꿈이었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듣고 깜짝 놀랐다.
‘아, 그런 꿈도 가능하구나.’
사실 ‘목표’는 나의 약점이다. 난 평생 뭔가 뚜렷한 목표를 세운 적이 없었다.
학창시절엔 나중에 의사가 되어서 아픈 사람들 싹 고쳐주고 싶다는 꿈을 가졌거나 법조인이 되어서 사회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친구들이 많았다. 사업을 해서 큰 부자가 되겠다는 친구들도 꽤 있었다. 나는 한때 대학교수가 되어서 평생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지만 그걸 꼭 꿈이라고, 반드시 달성해야 할 일생일대의 목표라고까지 할 순 없는 정도였다. 확실한 꿈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냥 거기까지였다.
한 20년쯤 전으로 기억된다. 친한 취재원 한 분이 아들의 대학입시용 자기소개서를 봐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나는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으나 맞춤법만이라도 봐 달라고 해서 어쩔수 없이 읽어봤다. (고치지는 않고 그냥 읽어만 봤다) 그런데 이런 항목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가졌던 꿈이 있다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까지 한 노력을 적으시오.”
그 질문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 것은 너무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초·중·고 내내 국·영·수·사·과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학교 다니기에도 바빴을 텐데 꿈을 가질 기회가 있었을까? 꿈이 없는 사람도 많은데, 일부러 만들어야 하나? 물론 선택사항이라 적어넣을 게 없으면 패스해도 됐다. 하지만 그러면 꿈도 없는 학생으로 찍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가 분명하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목표가 저절로 생겨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억지로, 강제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목표를 달성하면 또 새로운 목표가 필요할 텐데 이건 너무 숨가쁘다.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이란 고은 시인의 시(詩)도 있지 않은가. 천천히 사는 것도 분명 장점이 많은 일일 것이다.
내리막길인데다 별다른 목표도 없는 나는 그럼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곱게 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