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I의 새로운 해석

2025-03-09

100년 이상 사용되고 있는 경영학의 주요 지표인 투자 대비 수익률 ROI(Return on Investment)를 미래를 향한 상상력과 혁신에 대한 보상을 의미하는 새로운 개념 ‘리턴 온 이매지네이션(Return on Imagination)’으로 치환하면 어떻게 될까? ROI는 기업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좋은 도구지만 수익성이라는 단일 지표에 초점을 맞추며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나 장기적인 비전 실현 능력을 평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ROI로 환산되지 않는 혁신 비용은 늘 문제가 된다.

단기 수익률 단일 지표 벗어나

비전 추구하는 상상력 평가해야

IBM·코닥 혁신 주저하다 낙오

미래 투자 신중히 지속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불확실성을 회피하고 싶은 본능을 지니고 있다. 경기나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때 기업은 가장 먼저 비용 절감을 고민한다. 이는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책이다. 매출이 줄고 이익이 감소하면 자원을 절감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서기 마련이고, 가장 손쉽게 줄일 수 있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미래를 위한 선행 연구나 신사업 준비다. 미래 기술 개발이나 신사업 진출은 즉각적인 수익을 보장하지 않으며, 초기 투자 시 오히려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선택이 일시적으로 재무적인 안정감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간과되기 쉽다.

ROI는 현재의 투자 대비 수익을 분석하는 좋은 도구지만 단기적 성과에만 초점을 맞춘다. 단기적으로 보이는 손실은 장기적으로 선도적인 시장 지위를 차지하는 발판이 될 수 있기에 ROI만으로 재단되는 기업은 미래를 잃을 확률이 높아진다. IBM은 한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장을 지배하던 글로벌 IT 기업이었다. 그러나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했을 때 IBM은 혁신비용에 주저했다. 클라우드 시장의 가능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메인프레임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비즈니스의 안정성에 안주하며 클라우드로의 과감한 전환에 나서지 않았다. 그 결과 시장의 선두주자였던 IBM은 AWS(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와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려 시장의 추격자가 되고 말았다. 투자 결정을 내리면서 ROI에만 집중한 결과 장기적으로는 시장에서 뒤처지는 기업이 되어버린 것이다.

20세기 필름 카메라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했던 기업 코닥이 이미 1975년에 세계 최초의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한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필름 사업이 여전히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고 있다는 이유로 디지털카메라 기술은 회사 내에서 저평가되었고, 경영진은 이에 대한 투자를 줄였다. 결과적으로 이 혁신 기술은 오랫동안 상업화되지 못했고, 코닥은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술적 우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 준비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기회를 놓친 사례로 두고두고 회자된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제조사 중 하나였던 GE는 어떠한가. GE는 자사의 산업용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트윈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산업을 선도하려 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금융 위기와 구조조정의 압박에 직면하자 디지털 혁신을 위한 투자를 줄였고, 경쟁사들이 빠르게 앞서 나가는 동안 시장에서 점차 영향력을 잃으며 디지털 전환에서 뒤처지게 되었다.

반면 스타벅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포기하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GDP가 약 1.7% 감소했고, 미국 실업률은 10%에 육박했으며 주식 시장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소비가 위축되고 외식 및 사치품 소비가 급감하던 이 시기에 스타벅스 역시 매출이 감소하고 일부 매장을 폐쇄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았지만, 스타벅스는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감행했다. 바로 이때 디지털 결제 시스템 도입과 매장 디자인 혁신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였고, 이러한 준비로 2010년부터 경제회복에 맞추어 매출이 향상되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냈다.

기업의 미래 준비는 ‘기억될 자격’을 얻는 과정이다. 단기적인 비용 절감의 유혹을 극복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 물론 무분별한 투자는 독이 될 수도 있다. 기업은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할 때 반드시 치밀한 분석과 검증 과정을 거쳐 옥석을 가리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적합성과 실행 가능성을 철저히 평가한 후 투자 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선도적인 기술이나 혁신적 사업이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무의미한 비용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과감하면서도 신중해야 하며 무엇보다 지속적이어야 한다. 단기적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 미래를 희생하는 결정을 경계해야 할 때다. 지금 나무를 심지 않으면 내일 그늘을 기대할 수 없다.

이향은 LG전자 CX담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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