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심상치 않은 건설사 위기說

2025-03-09

지독한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의 위기가 다시 부각되면서 다시 일 년 만에 ‘건설 주의보’가 퍼지고 있다. 실제로 아침에 일어나 경제뉴스를 살펴보면 또 하나의 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최근에는 시공능력 평가순위 180위의 중견업체인 벽산엔지니어링이 468.3%의 부채비율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비단 벽산엔지니어링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만 벌써 신동아건설(58위), 삼부토건(71위), 대저건설(103위), 삼정기업(114위), 안강건설(116위)까지 중견 건설사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건설업계의 상황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도미노 쓰나미’다. 연쇄적인 기업회생 신청이 업계를 휩쓸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최상위권의 건설사가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본사 건물을 매각한다는 소식도 들렸다.

신동아건설의 부채비율이 428.8%였고, 벽산엔지니어링은 468.3%, 삼부토건은 이보다 훨씬 높은 838.5%였다. 일반적으로 금융권에서 기업에게 적정하다고 평가되는 부채비율이 200% 아래임을 고려하면, 이들에게는 이미 한참 전에 위험 신호가 켜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재계 순위 10위권 이내 그룹 일부 건설 계열사에 대해서도 ‘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명확하다.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주택시장 침체라는 삼중고 속에서 건설사들은 현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부채의 늪에 빠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으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건설사가 현금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중견 건설사들의 잇따른 부도는 결국 주택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졌고, 이는 가계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집값이 떨어지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기 마련이다. 여기에 고물가와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소비 심리는 더욱 얼어붙었다. 과거 같았으면 신규 분양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버텼겠지만, 지금은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분양이 안 되니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결국 생존을 위한 선택은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것 뿐이다.

건설사들의 줄도산이 현실화되면, 그 여파는 어디까지 미칠까? 건설업계 종사자는 물론이고, 이미 이들 건설사와 계약을 맺은 수많은 협력업체, 그리고 건설 중이던 아파트를 기다리는 수많은 분양자까지 불안에 떨고 있다. 공사 중단 사태가 벌어진다면 입주 지연은 물론이고, 지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당연히 건설이 최대 수요산업인 철강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미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건설사들 줄도산으로 한보철강, 삼미특수강 등의 철강사들도 속절없이 무너졌던 경험이 있다. 지금이 그때와 똑같지는 않더라도, 유사한 위기감이 돌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위기의 끝은 어디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정부가 나서서 건설사들을 대규모로 지원할 것인지, 아니면 자생할 수 있는 기업만 살아남도록 놔둘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의 흐름이 계속된다면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건설사는 더 늘어날 것이고, 결국 산업 전체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몇몇 기업의 실패가 아니라 산업 구조 전체를 다시 고민해야 하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건설은 국내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다. 도로, 다리, 건물, 아파트 등을 짓는 건설산업이 흔들리면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이제 더 이상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도 통용되지 않는 지금, 과연 이 위기에서 살아남을 건설사는 몇이나 될까?

이러한 상황에서 철강 및 비철금속 업계는 낙수를 피하기만 하지 말고 어떠한 교훈을 얻을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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