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인기에 힘입어 국립중앙박물관(국중박) 관람객 수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가운데, 올해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유물 코스프레 행사 ‘국중박 분장대회’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약 8개월 동안 누적 관람객 수는 418만982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연간 최다 관람객 수였던 2023년의 418만285명을 불과 2년도 안 돼 넘어선 기록이자 1945년 개관 이래 최다 관람객 수다.
관람객 중 국내 관람객은 404만6576명, 외국인 관람객은 14만3246명으로 나타났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는 500만명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6월 ‘케데헌’ 공개 직후 월별 관람객 수가 폭증했다. 공개 전인 6월 47만4731명이던 관람객 수는 7월 74만7679명, 8월 72만5820명으로 급증했다.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 코스프레에 폭발적 반응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도 '국중박 분장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국중박이 살아있다'라는 이름으로 처음 열린 이 행사는 전시품을 분장으로 표현해 청년 세대가 박물관을 친근하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올해 대회에는 총 83팀이 온라인 사전 공모를 통해 참여했으며 수상작은 12일에 발표됐다. 시상식은 오는 27일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리는 '국중박 분장놀이'에서 진행된다. 행사장에는 신라 금관, 광복, 호랑이를 주제로 한 포토존과 함께 케이팝 데몬헌터스의 주요 캐릭터 ‘사자보이즈’로 분장한 댄스팀 공연 등도 마련된다.
특히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를 표현한 A씨의 작품은 온라인상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A씨는 “10일 동안 완성했다. 오른쪽 귀걸이가 나다”라며 전신에 금빛 스프레이를 칠한 분장 사진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두 참가자가 귀걸이의 흔들림을 재현하며 다리를 종종걸음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담겨 웃음을 자아냈다.

누리꾼들은 “분장대회라면서 뭘 분장했다는 거지? 하면서 한참 봤다. 너무 재밌다”, “내 귀에 걸고 싶다”, “딸이랑 같이 보고 깔깔 웃었다”, “팬클럽은 어디 가입하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A씨는 “황금 스프레이 7통을 썼다”는 등 재치 있는 댓글로 소통하며 화제를 키웠다.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는 1949년 황오동 52호분에서 출토된 유물로, 외형상 주고리, 중간장식, 마감장식의 삼단으로 구성된 신라 5~6세기의 전형적인 귀걸이 형태다. 세밀한 세공 기술과 입체적인 펜촉형 장식이 특징으로 2018년 국가 지정 보물 제2001호로 지정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통과 현대의 콜라보레이션
이번 분장대회에는 황오동 금귀걸이 외에도 ‘호작도’, ‘기마인물형토기’, ‘석가모니불 다보불’ 등 다양한 전시품을 주제로 한 작품이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해당 행사가 큰 주목을 받았는데, 백제 금속 공예 최고의 걸작품으로 꼽히는 국보 '백제 금동대향로', 조선시대 왕이 앉았던 자리 뒤에 놓인 '일월오봉도',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동자상' 등을 코스프레한 참가자들이 주목받았다. 특히 동자상으로 코스프레한 여성 참가자는 박물관의 소장품 번호를 뜻하는 "건희 4306입니다"라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대상은 국보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을 형상화한 의상을 선보인 이은미 씨에게 돌아갔다. 프릴(잔물결) 장식으로 꾸민 옷과 모자로 탑을 표현한 이씨는 스케치북에 '저는 1348년 개성에서 태어났어요'라고 적은 글을 보여주는 등 유물 역사를 함께 소개해 주목받았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한국 전통문화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관람객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