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백신접종에 따른 이상육 피해를 예방하고자 피내접종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근육접종 방식을 지속한다면 연간 2700억원에 달하는 농가 피해를 막지 못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현행 ‘구제역 예방접종·임상검사 및 확인서 휴대에 관한 고시’를 보면 소·돼지·염소 등의 소유자가 구제역 예방접종을 시행할 때 접종 시기·횟수 등 세부 방법은 해당 백신의 품목별 허가 방법을 준수해 이뤄져야 한다. 이에 따라 백신 제조업체들은 백신 원료·성분 등의 정보와 함께 용법과 투여 용량 등이 담긴 정보 요약표(부표)를 동봉해 판매한다.
문제는 국내에서 판매 중인 구제역 백신은 근육접종 방법만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가들에 따르면 이상육은 구제역 백신을 근육접종 방식으로 투여했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육이란 백신에 포함된 기름 성분이 근육에 흡수되지 않고 염증 반응을 일으켜 농이 생기는 것을 일컫는다. 현재 구제역 백신은 연간 2회에 걸쳐 의무 접종해야 한다.
이상육은 그대로 농가 손실로 이어진다. 농가와 거래하는 육가공업체들은 정산가격에서 이상육 부위당 1만∼2만원씩을 차감하기 때문이다. 앞서 대한한돈협회는 2015년 연간 돼지 도축마릿수를 적용해 이상육 발생에 따른 농가들의 경제적 손실을 추산한 결과 피해규모가 2700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돈협회는 현행 고시를 개정해 피내접종을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법상 백신 부표에 규정돼 있지 않은 피내접종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법 조문을 삭제해 농가들이 피내접종 등 접종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하게 되면 이상육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협회 측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열린 ‘민·관·학 합동 방역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성한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사는 구제역 백신 내 기름 성분과 접종 용량을 줄이고, 접종 부위를 근육에서 피내로 변경할 경우 이상육 발생률이 27%에서 2.8%로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돈협회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구제역 백신의 피내접종을 허용하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해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최근 구제역 백신의 피내접종을 허용하되 비육돈 항체양성률 기준을 기존 30%에서 60%로 상향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항체양성률은 전체 검사마릿수 중 항체 양성 반응을 보인 마릿수의 비율을 뜻한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항체양성률을 2배로 높이면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농가들이 속출하는 등 피해가 클 것”이라며 “이상육 피해를 막기 위한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