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외국산 쇠고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를 통해 자국 쇠고기산업 보호에 나섰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은 중국 상무부가 지난해 12월27일 이러한 조치를 시작했다고 최근 일제히 보도했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물품의 수입이 증가해 국내 동종 산업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때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따라 해당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제한하는 등의 무역 조치를 말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쇠고기 수입국으로 꼽힌다. 자국 소비 수준이 높아진 데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질병이 발생하면서 외국산 쇠고기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외국산 쇠고기 점유율은 2019년 20.6%에서 지난해 상반기 30.9%로 10.3%포인트 증가했다. 중국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가별 쇠고기 수입량 순위는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호주·뉴질랜드·미국 순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수입이 늘면서 중국산 쇠고기 도매가격은 지난해 12월 기준 1㎏당 59.82위안(1만1992원)으로 2년 전 같은 시기(77.18위안)와 비교해 22.5% 떨어졌다.
자국 쇠고기값이 폭락하자 농가 불만이 커졌고 중국축목업협회(CAAA)를 비롯한 중국 내 주요 쇠고기 관련 협회 10곳이 세이프가드 조치를 당국에 요청했으며 현실화됐다.
세이프가드 조사 대상은 2019년 1월1일부터 지난해 6월30일까지 중국에 수입된 쇠고기제품이다. 국제 관행에 따라 수입 동향을 살피고 국내 생산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거나 위협하는지 여부를 조사하게 된다. 조사는 보통 8개월 안에 종료되며 특별 사유가 있으면 연장될 수 있다.
CAAA 등 중국 생산자단체는 “쇠고기 수입량의 급격한 증가와 중국 국내 산업의 심각한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며 당국에 수입 쇠고기에 대한 통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이러한 조치에 브라질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게될 것으로 점쳐진다. 브라질은 중국으로 가장 많이 쇠고기를 수출하는 나라로 중국 내 수입 쇠고기 중 브라질산 점유율은 50%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로베르토 페로사 브라질쇠고기수출업자협회장이 “브라질은 쇠고기 수출국 다변화를 위해 노력 중이며, 일본·베트남·한국 등과도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브라질·아르헨티나는 우리나라와 쇠고기 관련 위생검역협정을 맺지 않았고,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이를 체결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만에 하나 해당 협정이 체결돼 수입이 가능해진다고 하더라도 관세율(40%)이 높아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정수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 사무관은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남미가 중국으로 수출해온 쇠고기는 대부분 냉동육으로, 한우고기와는 품질 차이도 크고 용도도 다르다”면서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박하늘 기자 sk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