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해! 니 나이가 어때서? 어디서든 빛날거야…시니어, ‘인생2막’ 멈추지 않는 도전

2025-02-23

‘100세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직장인 대부분은 60세가 되기도 전에 은퇴를 맞는다. 그토록 바라던 휴식이었건만, 매일 아침 회사로 향하던 발걸음이 멈추니 내 인생도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 디지털 마케팅 업체 PTKOREA(피티코리아)엔 퇴직 후 인생 2막을 시작한 시니어 인턴이 근무 중이다. 이들은 ‘인생은 60세부터’를 몸소 증명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PTKOREA는 국내 최대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의 자회사다. 디지털 마케팅 회사답게 직원 평균연령은 31세밖에 되지 않는다. 40대 직원도 드문데 지난해 10월, 평균나이 65세인 시니어 인턴 11명이 입사했다. 디지털 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시니어 인턴. 전에 없던 이 조합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PTKOREA는 고령화 시대에 경제력을 바탕으로 소비와 여가생활에 적극적인 ‘액티브 시니어’를 주목했다. 액티브 시니어의 필요를 당사자인 시니어 인턴을 통해 파악하고, 이를 마케팅 전략에 활용하고 있다. 이곳의 시니어 인턴들은 웹사이트·애플리케이션(앱)·키오스크를 고령자 친화적으로 바꿀 방법을 고민하고, 시니어 전용 사물인터넷(IoT) 기기 개발에 대해 논의한다. 또 자산운용회사와 생활용품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제안서에도 의견을 낸다. 업계 종사자에게 최신 마케팅 트렌드를 소개하는 행사에서 시니어를 겨냥한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인턴 박준수씨(68)는 “노년층이 겪는 어려움을 시니어가 직접 분석해 발표하니 청중의 반응이 정말 좋았다”고 전했다.

시니어 인턴 중에는 광고·마케팅 업계에 종사했던 사람도, 전혀 다른 일을 하던 사람도 있다. 인턴 진재형씨(65)는 오랫동안 광고업에 몸담은 경험을 살려 국제 광고제 수상작 소개 영상을 번역하는 일을 맡게 됐다. 외국어 실력은 물론, 광고 캠페인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진씨는 “처음 사용해보는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익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며 “내가 번역한 영상이 모든 직원에게 공유돼 업무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인턴 이영환씨(63)는 군무원을 하다 정년퇴직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시니어 인턴이 됐다. 연금이 나와 경제적으로 큰 문제는 없지만 오랜 직장 생활이 끝나자 찾아온 공허함이 그를 힘들게 했다. 이씨는 “군대에선 외진 곳에서 근무했는데 요즘은 지하철을 타고 강남 한복판으로 향해 출근길이 매일 설렌다”고 말했다.

이들이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한 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 팀원들 덕분이다. 젊은 직원들은 시니어 인턴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면 방향을 제시하고, 결과물에 대해서 조언해준다. 또 인턴 각자의 강점을 파악해 시니어 관련 업무뿐 아니라 다른 직무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CF 감독 출신인 박준수씨를 이미지 제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팀에 추천한 게 그 예다. 인턴 이정숙씨(66)는 “직원들이 늘 반갑게 맞아주고 어려움이 있을 때면 적극적으로 도와줘 회사 생활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시니어 인턴이 오며 회사 분위기도 달라졌다. 전에는 직원들이 같은 부서가 아니면 서로 인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르신인 시니어 인턴들에겐 인사를 건넸고, 이는 젊은 직원들끼리도 목례하는 문화로 이어졌다.

시니어 인턴과 함께 일하는 이주은 프로(31)는 “시니어 인턴분들이 인턴 생활을 다룬 유튜브 영상에도 출연하며 회사의 ‘연예인’ 같은 존재가 됐다”며 “업무에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일을 배우는 모습이 젊은 직원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3개월 계약으로 채용된 시니어 인턴 전원은 성과를 인정받아 1월 재계약을 마쳤다(한명은 얼마 전 개인 사정으로 퇴사해 현재 10명이 근무 중이다). 기업문화팀 박가영 프로(31)는 “PTKOREA가 진행하는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이 좋은 사례로 알려져 다른 기업도 60대 구직자를 적극적으로 맞이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황지원 기자 suppor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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