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 명칭에서 연 배당 수익률 등을 쓰지 못하게 하는 규제를 내놓은 이후 시장 양극화가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산운용 업계에 커버드콜 ETF 상품명에서 ‘연 분배율’이나 ‘프리미엄(옵션 가격)’ 등을 빼라는 금감원 지침이 내려온 지난 9월 말 이후 상장한 커버드콜 ETF 상품 6개 중 4개가 순자산액이 100억 원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전체 ETF 시장 점유율 1·2위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커버드콜 ETF의 순자산액은 이보다 10배가량 많은 1000억 원에 달해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커버드콜이란 기초자산 매수와 함께 미래에 기초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콜 옵션을 매도해 배당 재원을 마련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기초자산 수익률을 100%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에도 올해 커버드콜 ETF는 노후 연령층 증가로 배당형 상품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며 인기를 끌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커버드콜 ETF의 순자산 총액은 지난해 말 7748억 원에서 전날 기준 5조 7289억 원으로 무려 7배 넘게 증가했다.
시장이 커지자 운용사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운용사들은 타 상품 대비 높은 목표 분배율을 제시하며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처음엔 7%에 불과했던 목표 분배율은 어느새 15%까지 치솟았다.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감원이 움직였다. 금감원은 지난 7월 말 투자자들이 커버드콜 ETF 명칭에 적혀 있는 수치를 확정 수익률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은 이후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운용사들에 상품 명칭을 바꿀 것을 권고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들은 상품명 변경 이후 자금 유입이 대형 운용사들로 더 쏠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커버드콜 ETF가 일반 상품에 비해 설명 난도가 높은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이 과거처럼 상품 명칭만 봐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보니 홍보와 마케팅에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을 갖추고 있는 대형 운용사들에 유리한 판이 깔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지금 커버드콜 ETF 이름만 봐서는 이 상품이 당최 어떤 상품인지 한 번에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결국 추가 설명을 위해선 홍보와 마케팅이 필수적인데 이 부분에선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 대형 운용사를 이겨낼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제재가 커버드콜 ETF 시장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상품의 핵심인 연 분배율을 내세울 수 없다 보니 다른 ETF와의 경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커버드콜 ETF는 일정 수익률을 포기한만큼 배당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는 게 강점인데 이 부분을 전혀 내세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 지금 커버드콜 상품은 그저 수익률이 저조한 상품일 뿐”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