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대선에 나서는 주요 후보 모두 자신의 10대 공약 이행에 필요한 구체적인 재원 규모를 추산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임기가 곧바로 시작되는 상황에서 “부실 공약가계부”란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매니페스토는 지난달 12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 이상을 기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측에 유권자의 정책 검증을 도울 4개 분야 36개 항목으로 이뤄진 질의서를 발송했다. 질의서에 10대 핵심 세부 공약과 우선순위, 그에 따른 재원 등을 구체적으로 담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공약집에선 주요 공약별 재원 규모를 찾아볼 수 없다. 김문수·이준석 후보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6일 공개된 매니페스토 질의서 답변 내용을 통해 각 후보의 주요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규모를 살펴볼 수 있다.
답변서에 공개된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371개(지역공약 124개 포함)였고, 김 후보는 408개(지역공약 107개 포함)였다. 반면 이준석 후보는 전체 공약 수를 밝히지 않았다.

문제는 핵심 답변서는 텅 비었다는 점이다. 10대 공약 가계부엔 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약으로 사회·경제 등 각 분야의 현안 해결 방안을 제시하면서도 정작 공적 자원을 어떻게 투입할지에 대한 얘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의 경우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1순위 공약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AI(인공지능) 예산 비중 선진국 수준 이상 증액’, ‘AI 데이터센터 건설’ 등을 그 방법으로 제시했는데, 소요 재원은 빠졌다. 2~10순위 공약도 마찬가지다.
김 후보도 사정은 비슷하다. 1순위 공약인 ‘정치 판갈이로 새롭게 대한민국’은 정치적 결단의 과제로 대부분 추가 재원이 소요되지 않는다며 ‘0원’으로 적었다. 경제안보교섭본부 설립 등을 약속한 2순위 공약 ‘경제판갈이로 새롭게 대한민국’ 또한 재원이 누락돼 있다. 나머지도 같다. 이준석 후보 역시 유사·중복 업무 부처를 통·폐합하겠다는 1순위 공약 등에 공약 가계부가 빠져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매니페스토에 1순위 공약으로 ‘코로나19 극복 긴급 구조 및 포스트 코로나 플랜’을 약속했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막대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을 위해 5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었다. 이를 바탕으로 당선 뒤 추가경정예산(59조4000억원)이 편성됐다.
매니페스토 관계자는 “선심성 공약은 봇물 터지듯 쏟아내면서 10대 핵심 공약의 재원조차 추계하지 못하고 있다”며 “(후보들이) 역대 대선 중 가장 늦게 정책 공약집을 발표했는데 대차대조표(공약가계부)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