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등장한 투헬, 조용히 이겼다…사자군단 2-0 승리

2025-03-22

‘투헬 사커’의 서막은 조용히 열렸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사령탑 토마스 투헬 감독은 22일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유럽예선 알바니아전에서 2-0 승리를 거두며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 시작 전엔 화려한 퍼포먼스가 쏟아졌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전용 드럼앤베이스 사운드 트랙을 준비했고, ‘The Home of Football’이라 적힌 대형 현수막까지 펼쳐졌다. BBC는 “주인공 투헬 감독의 입장은 소박했다”며 “벤치에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 그는 경기가 시작된 뒤 14분 만에 다시 착석했다. 이후에도 간헐적인 지시만을 내릴 뿐 대부분의 시간을 침착하게 보냈다”고 전했다.

잉글랜드는 이날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오른쪽에 필 포든(맨체스터 시티), 왼쪽에 마커스 래시포드(아스톤 빌라·임대)가 배치됐으나, 투헬 감독은 “두 선수 모두 기대만큼 결정적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이날 가장 돋보인 인물은 깜짝 발탁된 왼쪽 풀백 마일스 루이스-스켈리(아스널)였다. 그는 주드 벨링엄의 침투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터뜨리며, 잉글랜드 역사상 최연소 A매치 데뷔골(18세 176일) 기록을 세웠다. 32세 베테랑 수비수 댄 번(뉴캐슬)도 첫 A매치 출전 기회를 얻었다. 그는 전반 헤더로 골대를 강타하는 장면을 연출했지만, 후반 교체 투입된 알바니아 공격수 아르만도 브로야에게는 고전하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투헬 감독은 경기 후 “강한 압박, 박스 안 터치 수, 상대 진영 볼 탈취 횟수 등 모든 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잉글랜드는 상대 박스 안 터치 34회, 전방 압박에 의한 볼 탈취 4회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11월 리 카슬리 감독 대행 체제에서 아일랜드를 상대로 기록한 수치(박스 터치 44회, 볼 탈취 6회)에 못 미친다.

경기 중 투헬은 알바니아의 수비 실수나 라인 미스로 볼을 뺏은 순간엔 활발한 박수로 반응했다. 특히 첫 골 이후 골키퍼 조던 픽포드에게 장시간 지시를 내리는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자신의 철학을 녹이려는 모습이 엿보였다. 다만 선수들 사이의 교감이나 상호 작용은 여전히 적었다.

전술 면에선 기존과 큰 차이를 드러내지 않았다. 코너킥 상황에서 ‘버스 정류장’ 또는 ‘러브트레인’으로 불리는 세트피스 라인을 유지했으며, 6피트 7인치(약 200㎝) 장신 수비수 댄 번을 유일한 타깃으로 삼은 장면은 프리미어리그 스타일을 대표하는 장면이었다.

관중석에선 특별한 열기는 없었다. 일부 팬들은 경기 종료 전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웸블리 특유의 ‘종이비행기 날리기’가 33분경 이미 등장했다.

경기 후 투헬은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 한다”며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승리는 챙겼지만, 투헬호가 진정한 의미의 변화를 보여주기까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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