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들끼리 농담 삼아 이야기하길 인력이 부족할 때는 '못 주머니만 차면 목수가 된다'고 합니다. 기본 교육과 소양이 충분하지 않은 인력이 건설 현장, 특히 소규모 사업장 위주로 투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종필 DL이앤씨 안전보건경영실장(CSO)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생하는 건설 안전관리' 세미나에서 소규모 건설현장의 안전 관리 지원과 근로자 책임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소규모 건설 현장의 안전 사각지대를 문제로 꼽았다. 대형 건설사 역시 일부 소규모 현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부 지원은 제한적이고 현장에서는 근로자 교육과 감독 인력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종필 CSO는 "소규모 현장을 중심으로 숙련되지 않은 인력이 반복 투입되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와 발주처 차원에서 신규 근로자 자격 요건 강화와 기본 교육 의무화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부분의 처벌 조항은 건설사 중심으로 이뤄진다. 기본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근로자 본인에게도 일정 책임이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건설현장은 안전사고 처벌이 강화되면서 고급 기술자들이 현장 근무를 기피하고 있고, 외국인 근로자 비중 증가로 생산성이 떨어지며 안전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착공이 지연되는 등 안전·품질·일자리의 선순환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이날 세미나를 공동 주최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설산업 전반과 연관 산업이 재무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고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건설 산업 현장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건설산업의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서는 공사비 현실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사비가 낮으면 품질과 안전을 담보할 수 없고, 이는 결국 부실시공과 소비자 불신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DL이앤씨는 건설업 불황 속에서도 안전 경영 강화 기조에 따라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예산보다 초과 집행하며 현장 안전 관리에 힘쓰고 있다. 지난 8월 자회사 DL건설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전국 80여개 현장의 공사를 즉시 중단하고 안전 점검 후 전종필 CSO의 승인을 받은 현장만 공사를 재개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선진형 안전관리 체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안전관리 패러다임을 사고 발생 후 조치 중심에서 사전 예측·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고, 2033년까지 AI가 위험을 감지·판단해 즉시 조치하는 '슈퍼 에이전트형' 자율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현하고 무재해 달성을 목표로 한다.
안중산 DL이앤씨 안전보건경영실 부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보고 중심, 관리자 중심의 수직적 통제 구조에 머물러 있다"며 "AI와 IoT를 결합해 근로자 참여형·자율형·수평적 피드백형 관리 체계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DL이앤씨는 전국 70여개 현장에 1500여대 CCTV와 IoT 기반 위치추적 시스템을 갖춘 종합안전상황 관제실을 운영 중이다. 5명의 관제요원과 248명의 현장 관제사가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밀폐공간 진입이나 비정상 행동 감지 시 즉시 경고를 전송한다.
올해 종합안전상황 관제실 구축과 운영에 각각 63억원과 42억원 등 총 105억원을 투입했으며, 내년에도 AI 도입에 100억원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규모 안전 투자와 운영 비용은 대형 건설사에도 부담이 크다. AI 안전관리는 공공적 성격이 강하지만 사업성은 낮고 초기 투자비용이 상당해 기업 단독으로 현장 전체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안 부장은 "정부 차원의 재정·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AI 안전관리 인증제 신설, 보조금·세액공제 확대, 기술 검증·표준화 지원이 병행돼야 현장 적용을 안정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