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까지 시황 괜찮다는 HMM의 운명은?...트럼프 정책이 올해 핵심 변수

2025-01-10

HMM, 트럼프 변수 예의주시

"질병 유행·파나마와의 전쟁 발생시 외려 호황 가능"

관세 정책은 "비현실적"이라 평가

[녹색경제신문 = 유자인 기자]트럼프가 취임하는 20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세계는 불확실성의 장으로 끌려가고 있다. 트럼프의 잇따른 돌발선언에 전 세계가 당황스러워하는 상황이다. 원양해운선사 역시 마찬가지다.

원양해운선사의 대표적인 해운 루트는 미국·아시아·유럽 세 군데 사이에서 이뤄진다. 전 세계 원양해운선사는 10개, 5개가 아시아, 4개가 유럽, 1개가 이스라엘 소유다. 미국 소유의 원양해운선사는 없으나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국으로 굳이 배가 없어도 항구를 통해 해운선사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 원양해운선사가 필요하지 않다는게 전문가들 사이의 정설이다.

따라서 HMM은 비록 국적은 한국 기업이지만, 국내 정세보다는 유럽과 미국 등 국제 정세에 훨씬 큰 영향을 받는다. 2023년 코로나로 상하이항만이 닫히자 HMM은 물론 전 세계 원양해운선사들이 패닉에 빠진 것이 그 예시다.

미국 대통령으로 곧 취임하는 트럼프의 행보 예측에 HMM이 초미의 관심사를 기울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미국의 ‘재채기’가 원양해운선사에겐 ‘폭풍’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트럼프의 여러 가지 정책 추진과 실패 등에 대한 예측을 관계자의 답변과 다뤘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의 재림?...

트럼프는 대표적인 반백신론자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하겠다 선언한 상태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공공 보건에 대한 갖가지 음모론을 믿는 것으로 유명하다.

단적인 예로 그는 2018년에서 2019년 초에 사모아를 방문해 홍역 백신 접종 반대론을 펼쳐 사모아에서는 백신 반대론자들의 의견이 득세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2018년에 이전엔 60-70%이었던 홍역 접종률이 31%로 떨어졌다. 2019년 9월부터 사모아에서 홍역이 유행하여 총 83명이 죽었고 이 중 87%가 5세 이하 영유아였다.

또한 그는 파스퇴르 살균을 하지 않은 소위 ‘생우유’ 예찬론자다. 작년 11월 캘리포니아에서는 ‘생우유’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인 H5N1 바이러스가 검출되어 리콜 사태를 유발했다. 지금까지 미국내 66명의 환자가 관측됐고 루이지애나에서 지난 6일 처음으로 H5N1에 걸려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 식약청에서는 이미 소나 낙농업계에 종사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 해당 바이러스가 널리 퍼져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현재는 위험이 낮으나 지속적인 관측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작년 12월에 경고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원양해운선사는 외려 호황을 겪었다. HMM의 경우 10조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HMM 관계자는 “팬데믹 때 호황이었던 것은 맞지만 그 원인을 봐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2020년 상반기에는 유통량이 엄청나게 줄었으나 하반기에는 유통량이 오히려 늘었다. 사람들은 서비스와 상품에 돈을 쓰는데 못 나가니까 상품에 돈을 쓰고, 바이든 대선 이전에 보조금 등을 제공하니 미국인들의 상품 소비가 늘었다. E-커머스로 인해 소비가 더 쉬워진 것도 여기에 불을 붙였다”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공공 보건 음모론자인 케네디가 조류인플루엔자에 정확하고 발 빠른 대처를 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어 “그래서 미국과 중국 간 유통량이 엄청나게 늘었다. 항만에서 병목현상이 생겼는데, 항만에 들어올 수 있는 배의 수와 내릴 수 있는 컨테이너의 한계가 존재한다. 컨테이너를 쌓아서 트럭에 실어 빨리 항만에서 빼내야 하는데 미국의 경우 트럭 운전사는 기피 업종이라 운전사들이 노쇠하거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다. 그래서 트럼프의 추방 정책에 따라 추방당하거나 아프고 죽는 경우가 많아 운행하는 트럭 수가 줄었었다”라고 발언했다.

실제로 미국의 트럭 운전사 평균 나이는 46세인데 미국내 노동자 전체의 평균 나이가 41세인 것에 비해 높은 편이다.

만약 팬데믹이 발생하거나 미국 내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면 비슷하게 병목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당시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 즉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컨테이너 운송이 이뤄지는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주요 해상 운임 지수는, 2009년 출범 시 1000으로 시작해 2019년까지는 역대 최고치가 1590이었으나 2020년 말에 2500을 돌파했다. 2021년 말에는 SCFI가 5000을 뚫고 2022년에는 정상화가 됐다.

미국 내 질병 유행, 혹은 전 세계적인 팬데믹이 발생하면 비슷하게 원양해운선사는 외려 커다란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호전적인 외교 정책,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현재 트럼프는 파나마에 “운하 소유권을 미국에 넘기라”며 “군사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파나마 운하를 사용하는 원양해운선사의 입장은 어떨까?

해당 관계자는 “파나마는 작년, 재작년에 가뭄 때문에 막혔던 적이 있다”며 운을 떼고, “파나마는 수에즈와 달리 강이 흐르는 형식이 아니라 한 구간에 들어서면 앞 구간에 물을 넣다 뺐다 하면서 구간별로 가는 형식이다. 가뭄 때문에 물이 부족하니 파나마를 못 건너서 수에즈로 갔다. 그런데 수에즈도 막히는 바람에 운항 거리가 굉장히 길어져서 운임비가 올랐다. 선사 입장에서는 운임이 오르니 나쁘지는 않다”고 밝혔다.

칠레나 북극 쪽으로 돌아갈 수는 없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희망봉은 돌아갈 수 있으나 칠레는 평면 지도에서 보는 것과 달리 남극과 매우 가까워 돌아가기 어렵다. 운항 거리가 길어지면 통행료도 늘고 배도 더 필요하다. 북극은 얼음도 있고 환경문제가 복잡하여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며 설명했다.

미국이나 유럽 내 선박이 아닌 다른 방식의 유통에 대해서는 “양적 한계가 있다”고 발언하며 “선복량은 배가 1만 TEU 이상이면 대형 선박이라고 한다. 미국엔 기차에 더블 스택, 즉 컨테이너를 2단으로 쌓는 기차가 존재하긴 하나 컨테이너 1천개를 실으면 이미 기차 길이가 3km가 넘는다. 비행기의 경우는 가장 큰 보잉 747의 경우에도 몇백개 단위”라고 말했다. 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하나를 말한다.

홍해는 현재 예멘의 후티 반군이 재작년 12월부터 미사일을 쏘기 시작했다. 심지어 미국이 다국적 선단과 함께 선박을 보호하겠다고 발표했는데도 직후 미사일을 쏴서 원양해운선사들은 홍해쪽 항로를 꺼리는 분위기다.

관계자는 “만약 미국이 군사적 조치를 취하는 방식을 선택해 홍해가 뚫리면 운임이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 선사 입장에서는 내재적 경쟁력을 대형 선박 투자나 ESG 정책을 통해 보강하여 호황일 때 수익 창출을 극대화하고 안 좋을 때는 기본적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HMM “현실적이라 생각하지 않아”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 선거 내내 관세를 올리겠다는 발언을 하며 공격적 관세 정책을 예고했다. 그러나 원양해운선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관계자는 “물론 미국과 중국 사이 물류 유통이 줄어들 수는 있다”며 운을 떼었으나, “하지만 미국은 어마어마한 소비국이고 엄청난 양을 전 세계적으로 수입한다. 중국 역시 내수 경제를 살린다고 하고 있지만 결국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지 않냐. 수입처나 수출처를 다변화할 수는 있어도 아예 줄일 수는 없을 것"이라 예측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관세를 극한으로 올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관세 정책은 그저 지지 세력 모으기를 위한 ‘허세’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그저 허풍으로 끝날 것이고 우리에게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끝맺었다.

유자인 기자 po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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