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대형사들 중심으로 호실적을 기록 중인 가운데 중소형사들과의 실적 격차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대형 증권사 최고 경영자(CEO)들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진 반면 중소형사 CEO들의 거취에는 상당 부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형사 중에서도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에선 '세대교체' 분위기가 감지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각 사 CEO들의 거취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분위기가 좋은 곳들은 주로 대형사들이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좋은 실적을 내면서 CEO들의 연임 가능성에도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CEO들이 대체로 '장기집권'을 하는 한국투자증권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역대 한국투자증권 대표들은 대체로 장수하는 경향이 많은데 김 대표 전임자인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의 경우 5차례 연임했고, 그 전 대표를 역임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수석부회장은 대표 시절 무례 11차례 연임하는 기록을 남겼다.
올해 초 취임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의 연임 가능성은 매우 높게 관측된다. 한국투자증권 대표직은 최초 선임시점 기준으로 임기 1년을 부여받고 연임 때마다 임기가 1년씩 추가되는데, 한국투자증권이 매우 좋은 실적을 낸 만큼 김 대표의 임기도 연장될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1587억원을 시현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9%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1조416억원 시현해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가 1조원을 넘어서는 놀라운 결과를 냈다.
작년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물러나고 김미섭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세대교체'를 단행한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올해 인사 변화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도 실적 반등을 이뤄낸 만큼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6년째 임기를 이어오고 있는 김성현 KB증권 사장의 경우 1963년생으로 동년배들이 다수 퇴진한 만큼 교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다만 후임 인선에 대한 뚜렷한 하마평은 없으며, 이홍구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만큼 연임 가능성도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슈가 있었던 회사들의 경우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1300억원 규모 ETF 유동성 공급 사고를 낸 신한투자증권이다. 김상태 사장은 2022년 영입된 이후 작년에 2년 임기를 보장받은 가운데 이번 이슈를 마주하게 됐다.
다만 임기가 아직 남아있고, 금융당국 조사도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올해 연말에 인사가 날 것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이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소형사들의 경우 대형사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실적이 그리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SK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이슈가 계속 이어지면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SK증권은 전우종·정준호 대표의 각자대표 체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두 사람 모두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작년 초부터 다올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는 황준호 대표 역시 같은 시기에 임기 만료를 맞이할 예정이라 임기 연장 여부에 시선이 집중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