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르면 연내 ‘5세대 실손’
보험료는 덜 내는 대신 비중증 환자의 의료비 보장은 줄어드는 실손보험 개혁안이 구체화됐다. 1일 금융위원회는 실손보험을 중증 질환 치료비 보장 위주로 개편하는 내용의 이른바 ‘5세대 실손보험’ 내용을 공개했다. 이르면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이다.
가장 많이 바뀌는 건 비급여 치료 보상이다. 중증 비급여(특약1)와 비중증 비급여(특약2)로 나눠 보장에 차등을 둔다. 현행 4세대 실손보험에선 중증과 비중증 구분 없이 비급여의 자기부담률을 30%로, 한도는 연간 5000만원으로 적용한다. 5세대에선 비중증 비급여의 자기부담률을 50%까지 높인다. 연간 보상한도는 1000만원, 하루 20만원으로 제한한다. 다만 중증 비급여는 4세대와 동일한 자기부담률과 보상한도를 적용한다. 또 상급·종합병원 입원 땐 치료비가 아무리 많이 나와도 500만원만 부담하면 되도록 해 암·심장질환 등 중증 환자의 비급여 보장을 강화한다. 도수·체외충격파 등 근골격계 치료와 이른바 신데렐라·마늘주사 등 비급여 주사제는 실손보험 보장 대상에서 아예 제외한다.
A씨가 10만원인 비중증 비급여 치료를 받았다고 가정하면 현행 실손보험(4세대 기준)으로 7만원을 보험사로부터 보상받고, 3만원의 치료비를 환자가 부담한다. 5세대 실손에선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가 5만원으로 늘어난다. 만일 A씨가 받은 비급여 치료가 체외충격파 치료라면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없어 의료비를 환자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이는 무분별한 비급여 치료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017년 4조8000억원이었던 실손보험의 비급여 보험금은 2023년 8조2000억원까지 증가했다. 비급여 진료가 늘다 보니 필수 의료 대신 수익성이 높은 안과·재활의학과·정형외과로의 쏠림이 심화했다. 반복적인 도수치료 등이 가능하다 보니 실손보험 가입자 중 9%가 전체 보험금의 80%를 받아가는 구조도 문제로 꼽힌다.
급여 의료비는 입원과 외래로 구분해 자기부담률을 차등화한다. 입원 치료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자기부담률 20%를 일괄 적용한다. 반면 통원은 실손보험 자기부담률과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연동하기로 했다. 예컨대 동네 의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는다면 건보 본인부담률 30%를 적용하는데 실손 자기부담률도 똑같이 30%로 한다. 전체 치료비의 9%(30%의 30%)를 환자 본인이, 21%를 보험사가 부담하는 식이다. 현재는 20%의 실손 자기부담률이 일괄 적용돼 6%만 환자가 내는 것과 차이가 있다.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경증 환자가 권역 응급의료센터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건보 본인부담률은 90%에 달한다. 이때 5세대 실손에선 자기부담률도 90%로 높아진다. 전체 치료비 81%를 환자가 내야 하는 만큼 현행 치료비 부담률(18%)과 차이가 크다.
5세대 실손의 보장이 줄어드는 대신 보험료가 지금보다 30~50% 인하될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 계산이다. 일정 기간(5년 또는 15년)이 지나면 신규 판매 약관으로 갱신해야 하는 후기 2세대와 3~4세대 실손 가입자 약 2000만 명이 5세대 재가입 대상이다. 2026년 7월부터 순차적으로 5세대 전환이 이뤄질 예정이라 실제 실손 개편안이 확대되기까진 최대 10년이 걸릴 예정이다. 다만 약관 변경 조건이 없는 1~2세대 초기 실손 가입자(약 1600만 명)는 5세대 전환 의무가 없어 실손보험 개편의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은 1~2세대 실손 가입자가 원하는 경우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상하고 계약을 해지하는 계약 재매입을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