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치솟는 원자재값… 수출 늘어도 ‘불안’ [심층기획-'뉴노멀 된 强달러, 韓경제 발목 잡나]

2025-11-18

10월 수출액 전년比 3.5% 증가 했지만

원화 가치 떨어져 중간재 등 수입 ‘껑충’

기업 95% “2026년 수출 채산성 비슷·악화”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지표가 개선되는 흐름이지만, ‘고환율’에 따른 착시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액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정작 고환율로 비용 역시 늘어나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18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59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5개월 연속 증가세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158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2% 성장했고, 선박(135.8%), 석유제품(11.7%), 유선통신기기(37.4%) 등도 큰 폭으로 늘었다.

수출이 증가한 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일부는 하락한 원화가치로 인한 착시효과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커지고 있는 외환시장 균형 이탈 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16일부터 이달 11일 달러인덱스가 96.6에서 99.7로 약 3.1% 올랐는데, 환율은 두 배인 6.1%나 뛰었다. 변동률이 엔·달러(4.6%), 달러·유로(-1.7%), 위안·달러(0.1%)보다도 컸다.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 원화 가치 하락세가 더 가팔랐던 셈이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기업들은 원자재 구매에 더 큰 비용이 필요해 마진이 악화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고환율에 따라 지난달 수입물가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원재료 수입 가격은 전달에 비해 원유 등 광산품(-0.9%)을 중심으로 0.6% 내렸다. 다만 중간재는 컴퓨터·전자·광학기기(9.7%), 1차금속제품(5.7%) 등이 오르면서 3.8%나 뛰었다. 자본재와 소비재는 각각 1.3%, 1.7%씩 상승했다. 특히 암모니아(15.2%), 동정련품(10.3%), 기타귀금속정련품(15.7%), 인쇄회로기판(8.3%), 이차전지(4.7%)의 상승 폭이 컸다.

실제로 최근 수출 호조에도 기업들의 내년 수출 채산성 전망은 어둡다. 한국경제인협회의 ‘2026년 수출전망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1000대 수출 기업의 95.3%가 내년 수출 채산성이 올해와 비슷(77.3%)하거나 악화(18.0%)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된 원인으로는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비용 증가’(11.1%)도 포함됐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액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며 “다만 이는 반도체나 자동차 등 업계 호황의 영향일 뿐 대부분 중소기업의 수출 사정이 좋아졌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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