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유전자 발현 억제해 악성 뇌종양 항암제 내성 극복

2024-12-20

[울산저널]이종호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장남 보 바이든, 미국 공화당 존 매케인 의원, 존 F. 케네디의 동생 데드 케네디. 이들은 모두 교모세포종 때문에 숨을 거뒀다. 교모세포종은 환자 열 명 중 아홉 명이 5년 안에 사망하는 악성 뇌종양이다.

교모세포종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항암제는 현재 테모졸로마이드(TMZ) 하나뿐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의과학대학원 안톤 가트너 특훈 교수팀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이세민 교수팀,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향상연구단과 공동으로 APEI 단백질 유전자가 교모세포종의 항암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유망한 표적 유전자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TMZ 항암제는 높은 침투력으로 뇌 특유의 ‘혈액 뇌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데 빠르게 내성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TMZ 같은 세포독성 항암제는 세포 DNA에 손상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데 암세포는 이에 대응해 DNA 손상을 스스로 복구하는 등 항암 치료를 어렵게 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항암제 투여로 MGMT 유전자가 비활성화된 교모세포종은 MMR 복구 경로를 통해 DNA 손상을 복구하려고 시도하는데 이 손상은 MMR 복구 경로로는 근본적으로 복구할 수 없기 때문에 암세포는 ‘무의미한 복구의 무한루프’에 빠져 증식을 멈추게 되고, 돌연변이가 축적되지만 세포 사멸은 일어나지 않는 항암제 내성이 생기게 된다.

연구팀은 DNA 복구 경로와 세포의 TMZ 내성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19개 DNA 손상 복구 경로에 관여하는 47개 단백질 유전자를 한 개 이상 불활성화시킨 세포주를 만든 뒤 이들에 대한 427개의 전장 유전체를 분석해 복구 경로 간의 상호작용과 TMZ 민감성을 분석했다.

실험 결과 세포의 APEI 단백질 발현을 억제하면 MMR 유전자가 결핍된 TMZ 내성 세포라도 항암제 민감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MMR 유전자 결핍은 TMZ 내성이 생기는 원인 중 하나다.

APEI 단백질과 함께 BER 복구 경로에 참여하는 MPG 단백질 발현을 억제하면 암세포는 TLS라는 대체 복구 경로를 사용해 항암제 민감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TLS 경로에 관여하는 단백질 유전자도 항암제 내성 억제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화로 축적된다고 알려진 DNA 돌연변이 패턴과 TMZ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세포에 축적된 DNA 돌연변이 패턴이 유사하다는 점도 이번 연구로 새롭게 발견됐다. 연구팀은 TLS 중합효소의 하나인 TLS 제타 중합효소가 노화와 TMZ 내성 세포 모두에서 돌연변이를 축적하는 원인임을 시사한다며 "DMA 복구 과정의 취약성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 노화 예방과 같은 정밀 의학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 12월 5일 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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