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헌금해야 완치”… 10년간 월수입 교회에 바친 60대

2025-08-25

종교권위 악용 가스라이팅 피해

기초생활급여 등 104만원 ‘꼬박’

목사 아내에 생활 통제당하기도

“목사님 말이라면 다 따라야 한다고 했어. 그렇게 10년 동안 돈이 들어오면 다 가져다 바쳤어.”

25일 서울 강남구 한 임대주택에 사는 오모(60)씨는 이렇게 말했다. 오씨는 성도가 5명 내외인 서울의 한 교회에 기초생활 수급비 등 수입 104만원을 다달이 전부 냈다. 목사 A씨는 ‘교회에 헌신하는 것이 살길’이라며 과도한 헌금을 요구했고, 목사 아내 B씨는 장애인활동보조사 자격을 얻어 오씨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했다.

지난해 4월에는 ‘기도와 헌금을 열심히 해야 병이 나으니 신앙심을 키우라’며 오씨의 복약을 막은 정황도 포착됐다. 오씨가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며 약을 거부하면서 목사 부부의 존재를 알게 된 정신건강복지센터 간호사가 장애인권익옹호센터에 신고하면서 이런 사실이 알려졌다.

B씨는 활동비 부정 수급 등 이유로 장애인활동보조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결정권을 빼앗긴 채 돈을 갈취당했지만 오씨는 주변에 도움을 청하거나 저항할 수조차 없었다. 직업도 가족도 없이 모든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종교를 빌미로 통제와 회유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경찰이 서부지법 폭동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종교적 가스라이팅’을 적시하면서 종교적 권위에 의한 지배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씨 측은 “교회는 목사가 가스라이팅하러 가는 곳”이라며 반박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논리가 피해자 보호를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정다혜 형사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형법상 가스라이팅 자체를 처벌할 수 없지만 수사 가이드라인이나 재판부 양형 인자에 고려하는 건 피해자 보호 취지”라며 “신안군 노예 사건이나 기계교 사건처럼 종교인의 심리적 지배가 비일비재한데, 법 해석 때는 행위의 강제성만 따져 적극적인 보호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2021년 심리적 지배를 이용한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법원은 ‘가스라이팅’을 양형 이유에 적고 있다. 단어가 포함된 확정 판결은 2022년 21건, 2023년 52건, 지난해 66건으로 꾸준히 늘었지만 ‘종교’와 ‘가스라이팅’ 함께 명시된 경우는 5년간 3개뿐이었다.

소진영 기자 s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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