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비혼모에게 가혹한 나라다. 한국 국적자도 그렇지만, 외국인에게는 더 가혹하다. 특히 한국 국적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인 외 자녀를 홀로 양육하는 외국인 한부모는 법률혼 관계에서 출생한 자녀를 양육하는 것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 내몰린다.
한 이주여성은 한국에 취업을 위해 왔다가 한국인 직장 동료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기로 하고 서류를 준비하던 중 아이를 가졌다. 알고 보니 그 남성은 법률혼 관계의 부인과 자녀가 있었다. 이혼을 원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이주여성과 아이를 떠났다. 태어난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여성은 직장을 그만두었고, 체류자격도 만료됐다. 한국 국적 남성과 외국 국적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혼인 외 자녀일 때 아버지인 남성의 인지가 있어야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인지란 자신의 자녀로 인정한다는 뜻의 신고이며, 이를 자발적으로 하지 않으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친자 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이 과정은 비용도 많이 들고 기간도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문제는 그 기간 동안 부모가 체류자격을 유지하지 못하면 아이 역시 미등록, 즉 체류자격이 없는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신분증이 없어서 병원에 가도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고, 어린이집에 보내려 해도 서류가 없어서 거부당하기 일쑤다. 설령 인지소송을 거쳐 아이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더라도 차별은 끝나지 않는다. 법률혼 관계에서 자녀를 키우는 외국인 배우자는 혼인이 이혼이나 사별로 단절되더라도 자녀가 성년에 이를 때까지는 비교적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유지한다. 영주권 취득 없는 간이 귀화도 가능하다. 그러나 혼인 외 출생 자녀를 키우는 외국인 부 또는 모는 일을 하려면 반드시 법무부에 체류자격 외 활동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허가 수수료만 12만원이고, 심사 기간은 한 달 이상 걸린다. 이 기간에 일을 하지 못해 어렵게 구한 직장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회보장제도의 벽은 더 높다. 법률혼 관계 외국인 부모는 미성년 자녀를 키운다면 기초생활보장 수급 자격을 인정받지만 혼인 외 자녀를 양육하는 외국인 비혼 부모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가구 기준 지원금 규모가 절반 이상 차이 나는 것이다. 아동 입장에서, 부모의 혼인신고 여부가 생활 수준을 결정하는 정당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2023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 국적 자녀를 홀로 키우는 외국인 한부모의 체류 제도를 개선하라고 법무부에 권고했고, 법무부는 이를 일부 수용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현장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출생률 저하와 인구 감소를 우려하기 전에 먼저 태어나는 아이들이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출입국 당국은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고 체류자격 취득, 인지에 의한 국적취득을 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서류 안내 등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아동과 엄마가 이러한 절차를 거치는 동안 사각지대에 빠지지 않도록 체류자격을 조기에 부여해야 한다. 아동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후에도 엄마 나라의 국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지 국적취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 밖에도 여러 제도에 숨어 있는 차별을 없애고, 이들을 법률혼 관계의 출생 자녀와 동등하게 대우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