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윌린, 수학 넘어 언어·자격증까지…AI로 출제영역 확 넓혀[스케일업 리포트]

2025-04-23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여전히 기회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교육의 불균형을 줄이려면 ‘기회’ 자체를 인공지능(AI)을 통해 맞춤 제공해야 합니다.”

2017년 수학 문제은행 ‘매쓰플랫’으로 시작한 스타트업 프리윌린은 더이상 수학 에듀 테크 기업이 아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완전히 다른 기업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대학 신입생 진단 평가와 한국어능력시험(TOPIK), 토익, 자격증 시험 문제 등으로 콘텐츠 영역을 대폭 넓히고 있다. 권기성 프리윌린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서울 관악구 프리윌린 본사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가 교육의 본질을 바꾸지는 않지만 더 많은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경험하게 만들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선행 학습보다는 피드백이 관건

157명의 프리윌린 직원들은 권 대표를 ‘기성쌤’으로 부른다. 실제 권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경기도 안양 석수동에서 5년간 수학 학원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5년 간의 경험으로 스스로도 막연히 갖고 있던 ‘공교육이 선이고 사교육이 악’이라는 생각을 바뀌었다. 통상 선행 학습이 필수적으로 따라다니는 수학 과목이지만 학생 개개인의 학습 속도와 흡수력의 차이를 체감했고, 이를 학생 개개인의 데이터 기반 시스템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선행학습을 잘 따라가는 아이도 있지만, 같은 수업을 듣고도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 아이가 있어요. 누군가에게 맞는 교육이 다른 누군가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도 하죠.”

중요한 부분은 학생의 학습 수준과 속도에 맞춘 피드백이었다. 그는 “문제를 풀다가 틀리면 ‘이 과정에서 이 부분이 잘못 됐는데 여기를 다시 봐’하고 학생이 그래도 모르면 추가적인 개념을 설명해주고 풀이를 도와주는 게 선생님의 역할”이라며 “매쓰플랫은 선생님만 할 수 있던 역할을 AI를 통해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매쓰플랫의 고객은 학생이 아닌 선생님이다. 지난 달 기준 전국의 학원 8400곳이 매쓰플랫을 도입했고 교사들이 학생 지도 과정에서 개개인 맞춤형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 매플랫은 빠르게 확장했지만 한계도 보였다.

“수학 문제 은행이라는 시장의 그래프가 스타트업에서 모범으로 삼는 J커브를 그리지 못하더라고요. 저희는 빠르게 확장해서 전국의 학원 5개 중 1곳이 도입하는 수준이 됐지만 전체 학원이 약 4만 곳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시장의 한계는 분명했어요.”

원스톱 교육 인프라가 되다

2021년 회사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사업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건국대에서 신입생 대상 입학 테스트를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당시 수학 선택과목이 다양해지면서 이공계 중에서도 미적분 과목을 선택하지 않는 학생들이 늘어나 당장 수업 현장에서 교수들이 전공 기초 과목을 가르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었다. 이때 건국대의 요청에 ‘예스’라고 대답한 것은 프리윌린이 AI기반 대학 교육 코스웨어 ‘풀리캠퍼스’를 통해 대학 진단평가와 보완학습 시장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건국대 학생들이 풀리캠퍼스를 이용한 뒤 2차 시험에서 1차 시험과 비교해 평균 22점이 상승했다는 입소문이 나자 연세대, 고려대 등도 도입을 했다. 현재 전국 60여 개 대학이 프리윌린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번 학기 중에도 3곳의 대학이 더 늘어나다 보니 12명으로 구성된 풀리캠퍼스 팀은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그는 “문제 출제부터 반복 학습 서비스, 피드백 제공까지 원스톱 솔루션을 원하는 대학과 교육기관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외국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연세대 한국어학당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학마다 전공 과목 전반으로 확장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인재들도 합류하고 있다. 프리윌린에는 ‘평평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대거 합류했다. 안드로이드 기반 개발로 이름을 떨친 고돈호 개발자를 비롯해 학교 교사를 하다가 퇴직 후 합류한 직원도 있다. 면접에서 그는 “서울 대치동과 해남 땅끝마을 사이의 교육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동기를 전했다.

생성형 AI로 콘텐츠 확장

프리윌린이 오랜 기간 갖고 있던 두 번째 고민은 다양한 과목을 확장할 때 드는 투입 비용과 시간이었다. 이를 해결해준 게 생성형 AI였다. 프리윌린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AI 기반 콘텐츠 자동화에 나섰다. 초기에는 한글 광학문자인식(OCR), 수식 인식, 문제와 보기 영역을 구별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후 이를 국어·영어·과학 등 다양한 과목으로 확대했다. 권 대표는 “기존에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았던 데는 AI 모델이 수학을 푸는 데는 취약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다”며 “언어의 경우는 AI가 잘 하는 영역이라 1~2명이 검수하는 최소한의 인력으로도 만 개 이상의 문제를 성공적으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에 프리윌린은 ‘잉글리시플랫’ ‘사이언스플랫’ 등 자격증 시험 문제 역시 AI 출제로 확장이 가능해진 상태다.

“토익 과목 6000문제를 3개월 만에 만들었는데 총 예산이 450만 원 정도 들었습니다. 기존 출판사에 비하면 비용과 속도가 모두 압도적이죠.”

과목을 확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매출도 늘고 올해 1월부터는 3달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설립 이후 연평균 매출 상승률은 62%에 달한다.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2023년 70억 원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한 뒤 더 이상 투자를 받고 있지 않다.

AI시대 피어슨 출판사 될 것

과목을 확장하면서 수익성 확보와 함께 해결하게 된 가려운 부분은 글로벌 진출 과제였다. 국내 대학 AI 코스웨어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되면서 프리윌린은 해외 시장으로도 눈을 돌릴 수 있게 된 것. 보통 교육 과정은 지역, 국가별 편차가 뚜렷하지만 대학 교육의 경우 전공과목은 동일한 교재와 학습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권 대표는 “대학 전공 과목의 경우는 번역 장벽만 넘으면 쉽게 국가마다 확장이 가능하다”며 “프리윌린으로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영국에 본사를 두고 연 매출 77억 달러(약 11조 원)를 내는 글로벌 출판사인 피어슨 출판사처럼 교육 콘텐츠의 중심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AI 시대의 피어슨으로 성장해 몇년 뒤 전세계의 교육 기회를 평평하게 만드는 게 프리윌린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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