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인코리아닷컴 길태윤 기자] K-뷰티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단기 유행이나 한류 효과를 넘어선 전략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트렌드를 읽고 빠르게 대응하는 산업 구조와 AI 시대에 부합하는 디지털 전략이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대한화장품협회(회장 서경배)는 12월 18일 서울 용산구 스페이스쉐어서울역2센터에서 ‘2025년 점프업 K-코스메틱 CEO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K-뷰티 산업의 구조적 경쟁력을 점검하고 AI 기반 마케팅 전략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화장품 브랜드사와 제조기업 CEO 및 임원 등 업계 주요 인사 80여 명이 참석했다.
연재호 부회장은 인사말에서 “화장품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고, AI 기반 디지털 마케팅 등 신성장 전략을 공유하기 위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오늘 참여한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도록 트렌드 및 AI 마케팅 전문가를 모셨다. 모쪼록 좋은 강의도 듣고 업계 대표들 간 교류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대에 선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서유현 박사는 ‘K-뷰티 트렌드 – 모든 산업이 배워야 할 혁신 DNA’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K-뷰티의 성공을 K팝이나 K드라마의 인기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K-뷰티는 브랜드사, ODM·OEM 제조사, 유통사가 함께 진화해 온 산업 생태계 전반의 공-진화(co-evolution) 결과라는 설명이다.
서 박사는 K-뷰티 성장 과정에서 네 차례의 위기가 있었다고 짚었다. ▲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본격화된 시장 개방과 산업 구조 전환의 시작 ▲ IMF 외환위기 ▲ 중국의 K-뷰티 열풍과 사드 사태 ▲ 코로나19 팬데믹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K-뷰티가 글로벌 온라인 확장과 유통 다변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경로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K-뷰티는 위기를 피한 산업이 아니라 위기를 학습하며 진화한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진화를 가능하게 한 경쟁력으로 서 박사는 기획력, 속도력, 주도력, 대응력, 상품력, 덕후력 등 6대 축을 제시했다. 소비자 니즈에서 출발하는 기획력과 빠른 ODM 체제에 기반한 속도력이 시장 대응력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젊은 실무자 중심의 실행 주도력, 미디어·유통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 프리미엄 가성비로 대표되는 상품력, 소비자가 기획과 확산 과정에 참여하는 덕후력이 더해지며 K-뷰티 생태계를 완성했다는 분석이다. 서 박사는 이 모든 요소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트렌드 대응력’을 꼽았다.

이어진 세션에서 덱스터크레마 손동진 대표는 '감성과 과학이 융합된 화장품 마케팅 I.D.E.A'를 주제로 강연했다. 손 대표는 AI 환경 변화에 따라 마케팅의 작동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마케팅은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제작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가 어떤 맥락에서 발견될 확률을 높을지에 대한 설명이다.
손 대표는 특히 AI가 소비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브랜드와 콘텐츠를 참조 데이터로 활용하는 구조에 주목했다. 그는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언어는 단순한 일상 표현이 아니라 문제 해결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 용어’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AI는 완성도 높은 광고 문장보다 소비자가 질문할 때 사용하는 이러한 ‘기술 용어’를 더 신뢰하고 학습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변화는 화장품 마케팅의 공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품질이 최고의 마케팅’이었다면 AI 시대에는 ‘발견이 곧 마케팅’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 제작 중심의 마케팅에서 벗어나 AI와 알고리즘 환경에서 브랜드가 노출되고 참조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일종의 공학적 접근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그는 FAQ, 제품 설명, 브랜드 콘텐츠 역시 기업 중심의 일방적 메시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비자가 실제로 던지는 질문과 언어를 반영한 구조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개선을 넘어 AI가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인식 구조를 구축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또 인플루언스(Influence), 디스커버리(Discovery), 공감(Empathy) 등 I.D.E.A를 구성하는 다른 요소들 역시 AI 시대 화장품 마케팅에서 함께 고려돼야 할 핵심 축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루언스는 단순한 유명인 활용이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영향력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디스커버리는 콘텐츠 제작 자체보다 브랜드가 발견될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감은 기술과 데이터를 소비자의 언어로 번역해 브랜드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제시됐다.
손 대표는 이러한 I.D.E.A 요소들이 알고리즘 환경과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AI 시대에 부합하는 마케팅 전략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대한화장품협회는 "기업 CEO와 임원들의 단순 교류 차원을 넘어 급변하는 글로벌 화장품·뷰티 시장 환경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자 마련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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