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요리경연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가 5년 만에 돌아왔다. 10년 전 2014년에 시작해 5년을 이어오다 마침표를 찍었던 프로그램이 부활했다. 부활의 동력은 올해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흥행이었다. 5년 공백을 깨고 신장개업했는데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맛집’으로 자리 잡는 것이 가능할까.
1회부터 답이 나왔다. 바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내란과 탄핵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5.2%라는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수치는 5년 전에 프로그램을 종영할 때까지 총 254회를 방영했던 때의 기록과 비교해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렇게 첫 방송부터 관심을 끈 이유는 <흑백요리사>에서 활약한 에드워드 리, 최강록, ‘급식대가’ 이미영, ‘중식여신’ 박은영의 출연 때문이다. 기존에 진행했던 방식과 MC를 그대로 가져와 아는 맛을 자극한 것이 두 번째 이유다. <냉장고를 부탁해>가 인기를 누렸던 것은 초대 손님의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재료를 이용해 15분 만에 요리하고 바로 결정하는 매우 직관적인 방식이 한몫했다.
여기에 요리할 셰프들의 진용을 기존 출연진과 신규 출연진으로 나눠 흥미를 더했다. 이연복, 최현석, 김풍, 정호영은 본인들이 익숙한 대결 구도에 바로 맛깔나게 녹아들었다. 게다가 새로 들어온 셰프들도 만만치 않은 힘을 발휘했다. 먼저 에드워드 리는 오랜 이민 생활로 우리말이 어눌할 뿐 뛰어난 예능감을 선보였다. 이미영, 박은영 두 요리사도 크게 주눅 들지 않는 표정이었다.
가장 긴장을 한 것은 최강록이었다. 내향적인 성격이라면서 자꾸 당황한 모습을 드러내지만 그런 모습이 최강록의 또 다른 매력이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사실 낯가리는 최강록이 섭외됐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놀라면서도 그의 활약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MC 김성주와 안정환은 능수능란하게 그런 상황을 풀어나가며 웃음을 자극했다.
스포츠 중계의 달인으로 꼽히는 김성주는 많은 예능에서 간판 진행자로 경력을 쌓고 있다. 안정환은 본인이 첫 진행자로 데뷔했던 <냉장고를 부탁해>에 5년 만에 돌아오면서 그동안 쌓아온 실력이 있지 않은가. 더구나 두 사람은 “몽치면” 시리즈를 통해 10년 가까이 호흡을 맞춰온 경험이 있다.
1회는 첫 초대 손님 영탁의 냉장고를 털어 모두 두 번의 요리 대결이 펼쳐졌다. 첫 순서는 ‘급식대가’ 이미영과 ‘중식대가’ 이연복이 보양이 되는 음식을 만들었다. 결과를 떠나 15분 동안 웃음이 떠나지 않는 대결이었다. 두 번째 순서는 동갑내기인 에드워드 리와 최현석의 대결. 방송 말미에 결과를 보여주지 않은 상태로 첫 회를 마감해 다음 회로 넘겼다.
제작진의 뻔한 의도에 답답할 수는 있지만 5년 만에 재개한 것을 감안해 넘어가 줄 만했다. 오히려 다음 주 예고에 나온 최강록과 정호영, 김풍과 박은영이 펼칠 대결에 대한 기대가 크다. 원래도 <냉장고를 부탁해>는 요리 대결이지만 결과의 비중이 크지 않았다. 승패는 궁금해도 그것이 다음 출연에 탈락하는 식으로 희비가 엇갈리지 않아서다.
그럼 새 단장을 마치고 복귀한 맛집이 누릴 ‘개업빨’은 어디까지일까. 그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희소해진 요리 대결 프로그램을 감안해도 그렇고, 첫 방에서 확인한 대로 매우 파급력이 큰 예능 프로그램인 것을 확인했지 않은가. 그리고 <흑백요리사>로 부각된 인기 요리사들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당분간 승승장구할 것이 분명하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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