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화재 年5회·미국선 주2회나…기내 반입 규정 바뀌나 [뉴스+]

2025-01-30

화재 유력 원인 ‘보조배터리’ 사고 연간 5~6회 발생

국내외 사고 잇따라…미국선 평균 주2회 발생 보고

에어부산 “규정 검토”…정부, 화재원인 규명 본격화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기내 수하물 내 보조배터리가 지목되는 가운데, 기내 보조배터리 관련 사고는 연평균 5회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보조배터리로 인한 항공기 화재가 적지 않게 발생했던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련 규정이 개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적기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 건수는 2023년 6건, 2024년 8월까지 5건을 기록했다.

2020년 이후 지난해 8월까지 항공사별 기내 배터리 화재 건수는 대한항공 4건, 제주항공·에어부산 2건, 아시아나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프레미아 1건 등이다.

◆국내외 보조배터리 화재 잇달아…미국선 평균 주 2회 발생

실제로 국내외에서 항공기 내 반입된 보조배터리로 인한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태국 방콕 수완나품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도착 예정이던 이스타항공 ZE512편에서 승객이 소지한 보조배터리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당시 연기를 목격한 승무원이 물을 부어 진압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같은 해 4월에는 김포발 제주행 아시아나항공 OZ8913편 여객기 기내 수하물 보관함에 있던 보조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외에선 지난해 2월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중국 상하이로 가는 로얄 에어 필리핀 RW602 항공편 승객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나 항공기가 홍콩으로 긴급 회항했다.

지난해 1월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 중이던 싱가포르행 스쿠트항공 여객기에서 승객의 휴대전화 보조배터리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해 불이 좌석에 옮겨 붙으면서 비행기 이륙이 지연됐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미 항공편에서 발생한 보조배터리 화재 사고는 388% 증가했으며, 현재 평균적으로 주 2회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덴버 국제공항에서 휴스턴으로 향하던 사우스웨스트 항공편에서 승객의 스마트폰 배터리가 발화해 좌석에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승객들은 비상 탈출을 해야 했으며, 2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 폭발 잦아…“관련 규정 강화 등 검토”

보조배터리는 항공 위험물로 분류돼 위탁 수하물로 부치지 않고 승객이 직접 기내에 갖고 타게 돼 있다. 만약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기내에서 신속하게 진화하기 위함이다.

보조배터리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주로 리튬 메탈과 리튬 이온 배터리로 구분된다. 리튬 메탈 배터리는 리튬 함량이 2g 이하, 리튬 이온 배터리는 100wh(와트시) 이하인 경우 기내 휴대가 가능하다.

리튬 메탈 베터리의 리튬 함량이 8g 이하이거나 리튬 이온 배터리가 100Wh 초과 160Wh 이하의 경우에는 항공사 승인을 거쳐 1인당 최대 2개까지 기내 소지가 가능하다. 160wh를 초과할 경우 기내 반입이 불가하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전자기기 장착 여부에 상관없이 스스로 부풀 거나 폭발하는 일이 자주 발생해 기내 휴대 시에도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에어부산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규정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부산 측은 “사고 원인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이나 기내 반입 물품으로 인한 화재에 가능성을 두고 해당 물품에 대한 관련 규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화재 원인 규명 본격화…블랙박스 분석·합동 감식 논의

관계 당국은 사고 원인과 관련해 기체 결함을 비롯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이날 오전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과 사전 회의를 열고 화재 현장의 안전성 확보 여부를 검토했다.

이 자리에서는 항공기 양쪽 날개에 남아 있는 약 3만5000파운드의 항공유로 인한 위험 요소가 논의 대상이 됐다. 관계 기관들은 연료를 제거한 후 감식을 진행할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철위는 전날 항공기에서 블랙박스를 회수했으며, 이를 분석해 사고 당시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예정이다. 또 이날 오후 프랑스 사고 조사위원회 관계자 10여명이 김해공항을 방문해 조사에 합류할 계획이다.

이번 화재는 지난 28일 오후 10시 15분쯤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발생했다. 탑승객 173명과 승무원 3명 등 총 176명이 긴급 탈출했으며, 일부 승객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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