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석에서 웅크려 자면 숙면?”…의사·승무원들 “혈전·벌금까지 위험” 경고

2025-12-28

비행기 이코노미석에서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자는 이른바 '기내 수면 챌린지'가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좁은 좌석에서도 숙면이 가능하다는 주장과 함께 관련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의료진과 항공 안전 전문가들은 건강과 안전 모두에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26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틱톡과 인스타그램에는 항공기 좌석에 앉아 무릎을 가슴 쪽으로 끌어올린 뒤 안전벨트를 다리에 감아 몸을 고정한 채 잠을 청하는 모습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침대에서 웅크리고 자는 것과 비슷하다”며 장거리 비행 시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같은 영상들은 수백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했다. 장시간 비행을 자주 하는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이코노미석에서도 편안하게 잘 수 있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인플루언서뿐 아니라 일반 승객들까지 따라 하는 모습이 공유되며 일종의 챌린지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평가는 정반대다. 장시간 다리를 접은 채 웅크린 자세를 유지할 경우 하체 혈액순환이 저하돼 심부정맥혈전증, 이른바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혈전이 폐로 이동할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폐색전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신과 전문의 캐럴 리버먼 박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다리를 극도로 긴장시키고 뒤틀린 상태로 만드는 매우 위험한 유행”이라며 “혈전이 생기기 쉬운 환경을 스스로 조성하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다리가 복부를 압박해 소화 기능이 저하되거나 심혈관계 부담이 커져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항공 안전 측면에서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 승무원 노조위원장 사라 넬슨은 “안전벨트는 반드시 허리 아래에 낮고 단단하게 착용해야 하며, 이는 선택이 아닌 규정”이라며 “승무원의 안전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최대 3만 50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직 승무원 재클린 휘트모어 역시 “해당 자세는 기내 안전 규정뿐 아니라 예절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불가피하게 몸을 웅크리더라도 주변 승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장거리 비행 중에는 주기적으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다리를 뻗은 상태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한 채 휴식을 취하는 것이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명선 km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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