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 후 유산 수 늘어
북 인공기 펼쳐들며 “감사”
대북 관계 개선 분위기 속
관광·경제 활성화 ‘기대감’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철 따라 고운 옷 갈아입는 산/ 이름도 아름다워 금강이라네 금강이라네….”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된 금강산은 철마다 아름다운 풍광을 뽐내며 금강, 봉래, 풍악, 개골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높이 1638m의 비로봉을 중심으로 수많은 봉우리와 기암괴석, 폭포와 연못이 어우러지며 태백산맥 북부, 강원 회양군·통천군·고성군에 걸쳐 있다.
‘금강(金剛)’이라는 말은 불교의 <화엄경>에 “해동에 보살이 사는 금강산이 있다”고 한 데서 유래했고, 영산으로 여겨져 수많은 불교 유적이 조성되었다. 예로부터 시가나 문장, 그림으로 많이 표현되었다. 북한 측은 2021년 금강산의 등재 신청서를 냈으나,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평가·심사가 이뤄지지 못했고 올해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대표단은 금강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확정되자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인공기를 펼쳐 들었으며, 북한 측 수석 대표는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간 설악산과 금강산을 묶어 세계자연유산에 공동 등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이번에 금강산이 단독 등재되면서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강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남북 교류·협력 확대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에는 관심이 모인다.
김지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유네스코의제정책센터 팀장과 김명신 LG AI연구원 정책수석은 최근 북한의 유산 관련 법·정책 변화를 고찰한 연구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이 논문은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을 유입시키고 북한 주민들에게 문화강국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유산의 관광자원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향후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12년 4건에 불과했던 유네스코 관련 유산 수는 김정은 집권 이후 금강산을 포함해 4배인 16건으로 늘었다. 지난 4월에는 백두산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 되었다. 특히 생태관광은 일반 관광과 달리 대규모 자본 투입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자본이 부족한 북한에 매력적인 산업이다. 북한이 대표 관광지로 소개하는 백두산, 묘향산, 금강산, 칠보산, 구월산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것 역시 그러한 맥락과 닿아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지시하는 등 정부와 집권여당이 남북관계 개선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는 만큼 금강산의 세계유산 지정이 남북 교류·협력 확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지현 팀장은 “유산 등재는 관광 활성화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면서도 “북한이 그 문을 남한에도 열지는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미지수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팀장은 “한국 정부가 과거 유네스코를 통해 고구려 고분 보존을 지원한 것처럼 금강산이 세계유산이 된 만큼 다자협력이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