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지난 3월 7일 ‘국립국악원 현안 비상대책협의회’라는 곳으로부터 “국립국악원 현안 비상대책협의회 성명”이라는 이름의 번개글(이메일)이 왔다. 내용을 읽어보니 ‘국립국악원 현안 비상대책협의회’가 <국립국악원 조직 개편과 원장 선임에 대한 우리의 요구>를 밝힌 것이었다. ‘국립국악원 현안 비상대책협의회’에는 전임 윤미용, 김철호, 박일훈, 이동복, 김해숙, 임재원, 김영운 국립국악원장과 변미혜, 이용식, 송지원, 김희선, 서인화, 김명석 등 전임 국악연구실장 등 국악원 전직 경연진이 모두 나섰다.
그동안 보도자료에도 국립국악원장이 아닌 국립국악원장 직무대리 명의로 배포된 것이 예전과 달리 오래되어 궁금하던 차였다. 지난 2015년엔 국립국악원장에 민간 전문가만 지원할 수 있는 경력개방형 직위로 바뀌었는데 문체부는 지난해 12월 대통령령을 개정해 일반공무원도 지원할 수 있는 개방형 직제로 다시 변경했다. 실제로 문체부 실장급 공무원이 응모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항간에는 문체부 고위공무원이 국립국악원장에 내정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나는 전 원장들의 성명에 바로 응답하지 못했다. 국립국악원의 내부 사정을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본격적으로 취재할 여력이 없어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어제 3월 18일에 국립국악원 전ㆍ현직 예술감독들까지 모두 나서 성명을 발표하고, 오늘은 (사)한국국악학회(이사장 이상규) 등 한국음악/교육 학회장 일동까지 성명전에 가세하는 상황을 접한 마당에 <우리문화신문>으로서 마냥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들 음악감독은 성명서에서 “국립국악원은 관치행정의 도구가 아니다, 국악의 정통성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 국악 전문가 원장이 필요하다, 국립국악원 운영의 핵심은 예술성과 전문성이다.”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국립국악원장을 특정 행정직 고위공무원으로 알박기하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목적과 의도를 알 수 없는 인사정책과 국립국악원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훼손하는 어떠한 행정적 결정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밀어붙이는 문체부에도 나름의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묻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이 매우 어려운 지경에 있고, 정부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직무대행인데 이때의 인사는 최소한에 그쳐야만 한다는 생각이다. 곧 대통령 탄핵소추 평결이 내려지고, 그러면 정부가 새롭게 재정비하게 되는데 이왕 기다린 거 조금 놔뒀다가 안정된 다음 인사를 해도 늦지 아ퟋ을 것 아닌가?
그뿐만이 아니다. 어떤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모두 들고 일어나서 반발한다면 이는 분명히 문제가 있음이다. 설령 인사권자의 의도를 오해한 것이라 할지라도 서두르지 말고 충분히 구성원들을 설득한 뒤 진행해야만 한다. 또한 설득이 안 되는 중대한 사유가 있다면 민주주의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밀어붙이는 어리석음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향악 ‘수제천(壽齊天)’은 프랑스 파리에서 연주했을 때 청중 모두가 기립박수를 쳤다는 소식을 우리는 들었다. 그렇게 세계 사람들에게서 큰 손뼉을 받는 ‘수제천’이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국민이 많다. 따라서 국립국악원이 해야 할 일이 산적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국립국악원장은 분명히 예술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여야만 한다. 제발 문체부가 다시 한번 생각을 가다듬고 국립국악원장 인사에 신중을 기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