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의 북미 조선·방산 시장의 전략적 거점인 필리조선소가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및 건조 사업 수주를 위한 자격 획득에 돌입했다. 상선 경쟁력 확대를 위한 설비 업그레이드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필리조선소는 최근 시설인증보안(FCL) 취득을 신청했다. FCL은 미국 정부가 민간 기업 혹은 시설에 기밀을 다룰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는 인증이다. 미 해군 MRO나 함정 건조는 민감한 군사기밀이 포함된 만큼 해당 사업 진출을 위해서는 FCL 취득이 필수적이다.
FCL 취득 과정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소유 회사, 경영진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보안 교육, 보안 시스템, 정보 보호 체계 등을 승인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흡한 사안이 발생하면 추가적인 조치도 취해야 한다.
FCL 취득 과정이 다소 까다로운 만큼 필리조선소가 해당 자격을 취득하는 데까지 1년가량의 소용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취득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우방국과 함정 MRO 사업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필리조선소가 협력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존 펠란 미 해군장관이 한화그룹의 필리조선소 인수를 호평했고 미국 애리조나주 마크 켈리 상원의원과 메리 게이 스캔론 하원의원은 필리조선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를 북미 방선 거점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상선 거점으로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필리조선소는 우리나라 대형 조선소가 건조하지 않는 중·소형 컨테이너선, 광물수집선, 교육선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오션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 미국 내에서 영향력이 매우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의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2척에서 4척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으로 인력을 파견해 현지 인력 교육 및 조선소 운영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또 자동화, 효율화를 위한 노후 설비 업그레이드 작업도 전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필리조선소가 FCL 획득을 신청했고 지속적인 점검과 조치를 진행하게 된다”라면서 “조선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고 자국에 있는 조선소이기 때문에 굳이 반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필리조선소에 7척의 선박이 남아 있고 2년 정도면 모두 인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 시설 업그레이드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이뤄진다면 미국 내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