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소비자물가지수가 3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2% 초반대로 상승했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2.0%)에 근접한 수준을 이어가는 것이다. 2일 통계청은 이 같은 내용의 ‘2025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29(2020년=100)로 전년 동월보다 2.1% 상승했다. 전체 458개 품목 가운데 구입 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은 품목 144개로만 구성돼 체감 물가지수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2.4% 올랐다. 밥상 물가지수로 불리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보다 1.3% 하락했다. 추세적인 물가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지수(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1.9% 상승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은 석유류(2.8%)와 가공식품(3.6%)이 주도했다. 다만 석유류는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2월(6.3%)보다 상승률이 낮아졌다. 가공식품의 경우 식품 회사들이 잇따라 출고가를 인상하면서 상승률이 2.9%→3.6%로 커졌다. 세부 품목을 보면 김치(15.3%)·커피(8.3%)·빵(6.3%)·햄및베이컨(6.0%) 등이 두드러졌다.
10년 넘게 등록금을 동결했던 대학들이 집중적으로 등록금 인상에 나서면서 사립대학교납임금(5.2%)이 크게 올랐다. 외식(3.0%) 부문에선 생선회(5.4%)·치킨(5.3%)이 많이 올랐다. 외식제외 개인서비스(3.2%)의 경우 공동주택관리비(4.3%)가 상승을 주도했다.
경기 침체의 그늘도 포착된다. 외식 품목 가운데 소주의 물가지수는 1.3% 감소했다. 지난해 9월부터 7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맥주는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다. 소비자들이 외식 소비를 줄이자 식당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주류 판매가격을 낮추며 대응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전년동월 대비 월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빠짐없이 1%대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다 올해 들어 2% 초반대로 올라서며 다소 악화했다. 그러나 한은의 목표치(2.0%)에 근접한 수준이라 여전히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진단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최근까지 경북을 중심으로 산불 피해가 큰 탓에 이달부터 현지에서 주로 생산하는 농축산물 물가의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통계청은 본다. 봄배추와 마늘, 건고추, 양파, 사과, 자두, 쇠고기 등의 품목이 거론된다.
특히 사과가 불안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체 재배 면적(약 3만4000ha) 가운데 9%가량인 3000ha 정도가 피해 신고를 했다. 축구장 4200개와 비슷한 면적이다. 이 가운데 직접 불에 탄 피해를 본 건 20%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과나무가 타버리면 다시 묘목을 심고 기존 생산량을 회복하기까지는 7~8년이 필요하다.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압력은 올해뿐만 아니라 장기간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농림부 관계자는 “이달 중순 이후 꽃이 피는 걸 좀 봐야 정확한 피해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5월까지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에 3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배추·무의 경우 매일 100t 이상 시장에 공급한다. 수입산 돼지고기 원료육과 계란 가공품에 대해선 신규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추가로 관세율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전기·가스·철도 등 중앙부처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은 상반기 중 동결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용량 축소를 통한 편법 가격 인상(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담합을 통한 식품·외식 등의 가격 인상을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고환율 등 상방 요인과 낮은 수요 압력 등 하방 요인이 엇갈리면서 목표 수준(2%) 근방에서 안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