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지상 침공을 미뤄달라고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열흘 넘게 계속되는 가운데 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예루살렘포스트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최근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 대한 본격적인 침공 작전을 연기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미국의 요구사항엔 군사작전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을 병행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6일부터 가자지구 재점령을 목표로 하는 '기드온의 전차' 작전을 개시하고 강도 높은 공습을 벌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두 달 내로 가자지구의 75%를 점령하고 주민 200만명을 제한된 지역으로 몰아넣는 계획을 공개했다. 현재 이스라엘이 장악한 구역은 약 40% 정도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본격적인 지상 공격이 시작되면 향후 협상이 진행돼도 점령 지역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휴전 전망을 더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자지구 기아 속출…하마스는 월급 끊겨

이스라엘은 지난 3월 휴전 1단계가 만료되자 군사작전을 재개하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국제사회의 구호품 반입도 두 달 넘게 막았다. 최근 들어 부분 반입을 허용했지만, 유엔 등은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따른 피해고 속출하고 있다.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공보국은 25일 "가자지구 봉쇄 이후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자가 58명으로 늘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을 가자 봉쇄가 효과가 있다고 본다. 당장 하마스가 재정난을 심각하게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하마스 소속 무장대원들은 3개월 넘게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하마스 무장조직 알카삼 여단 대원들이 지난 2월부터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전투 중 사망하거나 포로로 잡힌 대원의 가족들에게 지급되는 보상금도 중단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구호물자 반입 차단이 하마스의 자금난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짚었다. 하마스는 그동안 가자지구에 반입된 구호물자를 가로채 주민들에게 되파는 식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해왔는데,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유럽·아랍국 "가자전쟁 끝내라"

하마스의 구호물자를 갈취를 막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을 만들었지만, 활동 시작 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제이크 우드 GHF 이사장이 "인간성, 중립성, 공정성, 독립성 등 인도주의 원칙을 엄격히 준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명확해졌다"며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다.
이스라엘은 24일까지만 한시적으로 구호품 반입을 허용하고 이후에는 GHF를 통해 구호품을 배분하겠다고 밝혔는데, 우드 이사장의 사임으로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유럽과 아랍권 20여개 국가는 이스라엘에 가자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마드리드 그룹' 장관급 회담에선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국을 비롯해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의 외교장관이 한 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로 이스라엘을 강력하게 지지해온 독일도 이번 회의에 처음 참여했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교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개별 제재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EU·이스라엘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하는 등 연일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악시오스는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지지율이 하락한 데 이어 '외교적 쓰나미'를 마주하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