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정말로 많이 달라졌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직후 뉴노멀, 트럼프 재집권 후 관세전쟁. 이 격동의 시기에 머니투데이 베이징 특파원이라는 과분한 기회를 얻어 중국에서 살고, 생각하며, 기사를 썼다. 임기 중 적잖은 지인들이 중국을 방문했다. 사람마다 소회는 다양했지만, 특히 오피니언 리더 계층이라 할 만한 인사들이 빠짐없이 언급한 게 “생각했던 중국과 너무나 다르다”는 거였다.
우선 택시에 놀란다. 대시보드 전체가 디스플레이인 중국산 ‘6좌’(6인승 MPV) 전기차에 캐리어를 싣고 베이징 시내로 들어가노라면 “뭐 이리 비싼 차를 불렀느냐”라던 지인들은 시내를 돌아다니는 중국 택시 중 상당수가 그런 차들이라는 데 놀란다. 거의 완전히 차량 호출 서비스 플랫폼(디디추싱·滴滴出行 등)으로만 잡아 타는 중국 택시들은 브랜드만 수십개에 달하는 형형색색 최신형 중국 전기차의 카탈로그 격이다.

특히 10년 이상 만에 중국에 와보는 사람들은 더 놀란다. 낡은 현대 아반떼(중국명 엘란트라)가 폭스바겐 산타나와 베이징 택시를 양분하고 매연을 뿜어대던 시절이 불과 십수년 전이다. 지금 교민들은 플랫폼을 통해 차량을 부를 때 닛산이나 혼다같은 일본차가 잡히면 괜히 서운해한다. 요금은 동일한데 비야디(比亞迪, BYD)같은 중국산 전기차가 훨씬 깨끗하고 안락해서다.
두 번째는 질서에 놀란다. 기자도 중국에 오기 전엔 ‘그 험한 곳에서 어떻게 살까’를 걱정했다. 그러나 중국 사회는 ‘거의 완벽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선 혐중감정 속에서 중국의 흉악 범죄나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황당한 사건사고들만 회자된다. 실제로 본 중국은 14억 인구가 북적이며 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다.
세 번째로 중국인의 생활 수준에 놀란다. 간단히 말해 ‘한국처럼’ 산다. 사회 전체 부의 수준이나 평균 위치 국민들이 누리는 생활은 당연히 한국 등 선진국에 미치지 못할 거다. 이는 중국 경제 발전 단계에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발전 불균형 문제와 관련이 있다. 이런 부분을 제외하고 보면 한국 인구보다 많다는 중국 부자들이나 이 계층을 지탱하는 중산층, 또 정보가 많은 젊은층의 삶의 질은 이미 탈(脫)개도국 수준이다.
네 번째는 얼마나 중국을 모르고 살아왔는지에 놀란다. 놀람이 여기에 이르면 비로소 이해되기 시작한다. 왜 챗GPT 대항마라는 딥시크(DeepSeek)가 유럽이나 일본도 아닌 중국에서 나왔나. 어떻게 중국이 달나라 뒤쪽 흙을 퍼 오고 무인차와 드론 배송은 어떻게 저렇게 빨리 상용화할까. 어떻게 저 무서운 트럼프와 ‘맞싸움’을 할까. 겁 많은 분들은 겁도 내기 시작한다. ‘바로 옆에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는 이웃 나라가 있는데 왜 몰랐지?’
타의 반 자의 반이라고 본다. 전문가라 할 만한 우리 주재원이나 연구자들이 대거 철수했다. 중국에 대한 진짜 정보량이 줄었다. 더 깊이 연구해 중국 소식을 전해야 할 연구기관들은 반중을 앞세웠던 이전 정부가 연구비를 반토막 내자 중국 조직부터 줄였다. 언론사들도 중국 특파원들을 철수시켰다. 경제 수도 격인 상하이(上海)나 홍콩, 선양(瀋陽)등지에 파견됐던 한국 특파원들은 이제 베이징에만 남아있다.
자의도 반이다. 덮어놓고 중국을 무시하고 외면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엔 아무리 작더라도 중국에 대한 걱정과 공포가 있다고 본다. 그냥 신경을 꺼버리면 더 무서울 일도 없다. 그 시간에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듣지 않으면 그만이다.
2년 전 ‘그 험한 곳에서 어찌 살까’ 걱정에 무거운 마음으로 부임했는데, ‘이제 우린 뭐 해먹고 사나’를 걱정하며 더 무거운 마음으로 귀임한다. 역사 속에서 늘 그래왔듯 우리가 답을 찾을 거라는 덴 의심이 없지만 변하고 있는 중국을 모르는 상태로는 그 길이 더 험하고 멀어질까 걱정이다. 싫어도 일단 와서 봤으면 한다. 와서 보고, 또 연구하고, 각자 중국에 대해 판단한 후 중국을 이용해 돈을 벌 길을 찾아봤으면 한다.
글 우경희 한국 머니투데이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