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중국의 필름 제조 회사 ‘럭키필름’이 13년 만에 필름카메라용 컬러 필름을 재출시했다. 필름카메라 관련 업계는 2010년대 중후반 세계적인 ‘뉴트로’ 인기에도 새 제품 출시나 생산량 증대에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최근 필름 재출시, 신형 필름카메라 개발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필카’ 열풍에 관련 업계가 다시 활기를 찾을지 주목된다.

럭키필름은 2012년에 단종된 35mm 컬러 네거티브 필름 ‘럭키 C200’을 재출시했다. 이 필름은 7월 17일 상하이 이미지&비전 엑스포에서 첫선을 보였으며 같은 날 중국 온라인쇼핑 사이트인 ‘징둥닷컴’에서도 시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럭키필름은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라인을 가동해 필름을 대량 생산할 예정이며 중형 필름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재출시는 중국 내 ‘필카’ 열풍에 영향을 받았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뉴트로 감성이 주목받으며 필름카메라의 인기가 높아졌다. 특히 올해 초에는 중국 연예인의 소셜미디어에서 ‘티어오프 필름’ 챌린지가 화제가 됐다. 티어오프 필름은 즉석 사진의 한 종류로 일반적인 즉석 필름과 달리 필름을 뜯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럭키필름의 컬러 필름이 재출시되면서 필름카메라 애호가들은 필름 값 부담이 줄어들 것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럭키 C200의 시제품은 60위안(약 1만 16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비슷한 제품군인 코닥 컬러플러스와 후지필름 C200은 약 1만 원 후반대에 판매된다. 직구로 럭키 C200을 구매한 한 아무개 씨는 “시제품이다 보니 코팅 결함과 색 틀어짐이 있어 아쉬웠다”며 “다만 품질이 안정되고 회사가 공언한 약 7000원의 가격대를 맞춘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동안 필름 시장은 필카 유행에 따라 높아진 수요에도 코닥과 후지필름 등의 회사가 공급량을 쉽사리 늘리지 않으며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한 롤에 3000~4000원이던 필름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만 원 후반대까지 폭등했다.
그럼에도 수요는 여전해, 1인당 구매량을 제한하는 등 필름 대란이 벌어졌다. 필름 값 폭등에 ‘비싼 취미’가 되어버린 필카 애호가들은 부담이 컸다. 중학생 최효준 군은 “오프라인에서 필름을 구매하면 2만 원이 넘어가니 학생으로서는 부담되는 가격”이라며 “럭키필름 가격이 1만 원 안팎이라면 구매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필름카메라도 지난해 거의 20년 만에 새 모델이 등장해 시선을 끌었다. 펜탁스에서 새 모델 ‘펜탁스 17’을 출시한 것. 메이저 카메라 제조사에서 19년 만에 나온 신형 필름카메라로 현상소에서 따로 전시되어 팔릴 정도로 화제가 됐다. 필름카메라 업계는 대부분의 필름카메라는 단종된 상태에서도 최근의 필카 열풍이 반짝 유행에 그칠 것을 우려해 새 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라이카 정도만이 필름카메라 신품을 내놓았지만 그마저 새 모델을 출시한 것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필름카메라 판매는 중고 거래이거나 일명 ‘똑딱이’라 불리는 다회용, 혹은 일회용 필름카메라가 주를 이뤘다.

필카 열풍을 타고 현상소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서울에 남은 현상소가 4~5곳에 불과할 정도여서 명맥이 끊길 상황이었다. 그러나 필카 유행의 영향으로 현재는 20여 곳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현상소가 단순히 현상 작업을 하는 곳이 아닌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2019년 서울시 충무로에 문을 연 ‘일삼오-삼육’은 2023년에 2호점 격인 ‘픽셀 퍼 인치’를 개업했다. 픽셀 퍼 인치는 사진 관련 서적과 굿즈를 판매하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소품숍이기도 하다. 임지혜 픽셀 퍼 인치 대표는 “사진이 좋아 시작했는데 자연스레 시기가 잘 맞물려서 지금껏 생존한 것 같다”며 “현상소를 넘어서 사진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는 공간을 열고 싶었다”고 말했다.
충무로에 위치한 현상소 고래사진관은 손님이 직접 현상한 필름을 스캔하는 셀프 스캔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사진 관련 모임이나 행사를 개최하는 등 ‘커뮤니티’ 역할을 강조한다. 윤푸빗 고래사진관 실장은 “예전에는 애호가 중심이었지만 현재는 취미로 가볍게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필름카메라의 저변이 확대됐다”고 전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핫클릭]
· 산재 엄벌·노란봉투법 통과에 비상…기업들이 달려간 곳은?
· 법정관리·특검 '이중고' 삼부토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할 수 있을까
· [AI 생존법 찾아라] AI는 'K-콘텐츠' 비밀병기가 될 수 있을까
· [디자인 와이너리] 덜어내니 비로소 보이는 카메라의 본질 '시그마 BF'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