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1989년 ‘우지 파동’ 이후 팜유 중심의 식품 가공사업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라면을 비롯해 유탕 처리되는 제과산업에도 이 식물성 기름이 주로 사용됐고, 값싸고 물성 좋은 팜유를 지금까지 경쟁력 있는 원료로 쓰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 팜유 수출 공급 여력이 줄어들고 팜유 생산국들의 바이오 디젤용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입국들은 경쟁력 있는 가격의 대두유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팜유 생산 감소와 인도네시아의 수출 감소로 인해 올 2월 기준 팜유 가격은 다른 식물성 기름에 견줘 높게 유지됐다. 급기야 팜유값은 대두유 수준을 뛰어넘는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팜유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산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2018년부터 팜유를 섞은 바이오디젤을 모든 경유차량과 기계류에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20%에서 시작한 팜유 비율도 점점 늘려 올 1월엔 종전 35%에서 40%로 상향했다. 이는 수출 가능한 팜유량이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세계 팜유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다른 공급국 상황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태국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에 이어 세계 3위 팜유 생산국으로 전세계 생산의 5%를 차지한다.
최근 10년간 태국은 팜나무(기름야자나무) 파종면적이 늘어나 팜유 생산이 80%가량 증가했다. 최근 5년간 태국의 팜유 수출은 연간 22% 증가했다. 2016∼2020년 연평균 성장률(8%)에 견줘 큰 폭의 신장세다. 태국 팜유 수출을 촉진한 것은 인도로, 2017년 이후 태국 수출량의 80%가 인도로 향했다. 세계 최대 팜유 수입국인 인도로 수출하는 팜유의 가격경쟁력이 2025년 태국의 팜유 수출 잠재력을 좌우할 것이다.
콜롬비아는 팜유 생산량이 200만t에 달하는 세계 4위의 생산국이다. 콜롬비아 역시 바이오디젤 내 팜유 혼합률을 꾸준히 높여왔고 2024년 기준 12.5%로 추정된다.
이같은 정책 변화에 따라 생산 대비 수출 비율은 2018∼2019년 40%대에서 2023∼2024년 20%대로 주저앉았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저렴한 팜유 시대가 종말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값싼 식용유의 대명사 격인 팜유가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으로 값이 상승하고 있어서다. 세계 팜유시장 변동성을 주목해 국내 식품·외식업계에 미치는 파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다.
최선철 전 주한미국대사관 농업스페셜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