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마티스관절염은 단순히 ‘손이 아픈 병’이 아니다. 관절을 싸고 있는 얇은 막인 ‘활막’에 이유 없이 염증이 생기면서 손가락 관절 등이 붓고 변형될 뿐만 아니라 염증이 심장·폐·혈관까지 침범해 생명까지 위협하는 질환이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자가면역질환이란 내 몸을 지켜야 할 면역이 오히려 내 몸을 적(敵)으로 착각해 공격하는 것이다. 내 면역이 관절을 집중적으로 침범하는 질환이 류마티스관절염이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여전히 진단이 늦고, 오진이 많다. 단순히 관절 통증 질환이라고 생각해 정형외과나 통증의학과를 전전하는 경우도 많다.
대한류마티스학회 홍보이사직을 10년 간 맡으며 류마티스관절염 알리기에 힘써 온 원광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이명수 교수는 “류마티스 관절염은 충분히 극복 가능한 질환이지만, 방치하면 관절 변형과 심혈관계·폐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조기에 진단을 받아 통증을 조절하면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일 저녁 9시에 방영되는 서울경제TV ‘지금, 명의’에서는 이명수 교수가 출연해 류마티스 관절염의 진단과 치료, 일상 관리법까지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쉽고 자세히 풀이해준다.
◇아침에 손 ‘빳빳’…끝마디보다 ‘중간 마디’ 부어
류마티스관절염의 ‘류마(Rheuma)’는 쉽게 말해 면역이라고 보면 된다. 이명수 교수는 "면역이 낮거나 높은 게 아니라 ‘제 역할을 잘못하는 상태’를 칭하는 것"이라며 "류마티스관절염은 자기 면역이 관절을 적으로 오인해 침범하는 자가면역질환"이라고 말했다.
류마티스관절염 발생에는 유전적 소인과 환경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HLA-DR 계열의 특정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은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으며, 여기에 흡연, 만성 치주염(잇몸염증), 비만,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잘못된 식습관·수면 부족·스트레스 등이 촉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초기 증상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손이 빳빳하고 잘 안 움직이는 것이다. 특히 손가락 관절 마디가 붓고, 구부리기 힘들어지는데, 손가락 끝마디보다는 손바닥 쪽에 가까운 마디, 중간 마디가 잘 붓는다. 끝마디만 아프고 굵어지는 것은 주로 퇴행성 관절염에서 많이 나타난다.
손가락 관절이 아프다보니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은 손 마디를 비트는 동작이 굉장히 어렵다. 병뚜껑을 따는 것도 어려워한다. 손 관절 기능이 떨어져 직업을 잃는 경우도 많다. 조기에 염증 조절을 하면서 병을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진단 늦고, 오진 많아…류마티스전문의 진료를
류마티스관절염은 혈액검사상 지표와 임상 경과를 종합해 진단한다. 총 10점 만점의 진단 기준 가운데 6점을 채워야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인정하는데, 이 중 혈액검사가 4점이다. 혈액검사에서 류마티스관절염 지표인 항CCP 항체, 류마티스 인자 같은 항체만 양성으로 나온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증상·침범 관절·경과를 모두 종합해 진단을 내려야 한다. 일부 환자는 혈액검사 결과가 정상인 경우가 있다. 이명수 교수는 “그래서 류마티스전문의에게 제대로된 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류마티스 인자 등 류마티스 관절염이 아닌데도 양성으로 나올 수 있고, 정작 류마티스관절염인데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마티스관절염 진단이 늦은 것도 문제. 대한류마티스학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이 확진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2년. 이명수 교수는 “대부분 ‘관절이 아프다’며 주변 정형외과나 통증클리닉을 먼저 찾고, 소염진통제만 복용하다 진단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손 휘는 관절변형…심혈관·폐 합병증이 생명 위협
류마티스관절염은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손가락이 휘어지거나, 관절이 망가진다. 또 류마티스관절염은 ‘전신 만성 염증질환’이기 때문에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 올라간다. 특히 폐를 침범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 10~20%에서 폐 병변이 동반된다. 이명수 교수는 "평소엔 염증이 잔잔한 바다처럼 조용히 있다가, 어느 순간 폭풍처럼 폐 염증이 급격하게 악화돼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완치보다는 ‘관해(remission)’가 치료 목표다. 관해란 질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증상이 거의 없을 만큼 관리가 잘 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치료는 기본적으로 항류마티스제(메토트렉세이트 등)를 사용하고, 반응이 부족하면 생물학적제제 같은 고가 주사제로 단계를 올린다.
이명수 교수는 “병이 가벼운 환자, 매우 심한 환자, 간·폐·신장·당뇨 등 내과적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 임신을 준비하는 환자 등 환자 상태에 따라 쓰는 약이 다 다르다"며 "치료 초기에 약을 조정하는 ‘탐색기’가 있고, 짧은 간격으로 치료 전략을 바꿔가며 적절한 약을 찾아 치료한다”고 말했다.
◇ 흡연·치주염·비만·수면·스트레스…“전 단계부터 관리를”
류마티스관절염은 당뇨병처럼 ‘전단계’가 있다. 이 시기에는 혈액검사에서 류마티스 인자나 항CCP 항체가 양성으로 나오고 증상은 없다. 이 때 흡연·치주염·비만·수면 부족·과도한 스트레스 등 위험 요인을 관리해 진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흡연은 류마티스 관절염 발생 위험을 3~4배까지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은 관절의 통증을 매일 견디며 살아야한다. 이명수 교수는 “통증은 결국 머리가 느끼는 것으로 마음 관리를 잘해야 통증의 무게가 덜어진다”며 “좋은 약이 많이 나와 있고, 빨리 진단하고 빨리 치료하면 관절 변형과 심혈관계 합병증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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