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노조 손배소 포기 배경 뭔가

2025-12-28

국내 철강 ‘빅 2’인 현대제철이 지난 2021년 파업을 벌인 비정규직 노동조합 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46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결국 취하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현대차, KG모빌리티, 한화오션, 대우조선해양 등도 손배소 취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의 이 같은 취하결정 배경에는 말 못 할 속사정이야 있겠지만 가장 큰 영향은 현 정부의 친노동정책 때문으로 보여진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위력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민주당은 지난 7월 현대차와 현대제철에 파업 근로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취하할 것을 요구해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서 기업의 노조를 상대호 한 손해배상 청구가 별 의미가 없어진 것도 손배소 포기배경으로 이어진 것이다. 정치권이 기업을 상대로 과거 제기한 손배소송 취하까지 요구하면서 ‘친노동정책 일변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한 기업들은 그들의 결정이 ‘대승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일 뿐 노란봉투법과는 관련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이를 수긍할 이들이 누가 있겠나. 업계에선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여당인 민주당 측에서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 상대 손배소 취하를 압박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민주당이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천명하면서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한 기업들에게 족쇄를 교묘히 풀어준다는 점이다. 당초 기업들은 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취하하는 것이 ‘배임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지 판단하는 데 골머리를 앓았다. 이런 찰나에 정부와 민주당이 족쇄를 풀어준다고 하니 덜컥 손배소를 취하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한화오션이 올해 초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취하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근거로 든 것도 배임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특별한 사정 변경 사유가 없음에도 소송을 중단하는 경우 현 경영진에 대한 배임죄 성립 등 법적 문제 제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미에서다. 회사 측은 “배임죄에 대한 우려가 해소된다면 국회 주선의 사회적 대화 기구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는 노란봉투법 시행이 아직 5개월이나 남았음에도 국내 산업계는 ‘노조공포’에 떨고 있는 점이다. 기업들은 몸을 바짝 낮추고 있는데 반해 노조는 노란봉투법을 앞세워 기세등등하다. 그야말로 노조 전성시대가 온 것이다. 국내 산업계는 글로벌 경기둔화와 미국발(發) 고관세, 중국의 고성장 등 유례없는 대외 불확실성에 놓여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그들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이 무려 72년 만에 배임죄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은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지 않을 명분이 없어졌다. 그야말로 기업의 숨통을 틀어막는 ‘꼼수’가 아닐 수 없다.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이 무너지면 고용도 없어지게 된다. 무조건 틀어막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기업에게도 숨쉴 곳을 마련해 주는 균형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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