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분석기업 팔란티어와 자율드론 제조업체 안두릴 등 IT 기반의 미국 신생 방위산업 기업들이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과 손잡고 미국 국방 예산을 따내기 위해 본격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록히드마틴과 보잉 등 전통 방산기업들의 몫으로 여겨졌던 8500억 달러(1231조 원) 규모의 미국 국방 예산에서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예산 확보를 더 원활히 하기 위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도 컨소시엄에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22일(현지 시간)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팔린디어와 안두릴 등이 다른 IT 기업 10여곳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 국방부 방위사업 입찰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컨소시엄에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자율선박 제조업체인 새로닉, AI 데이터기업인 스케일AI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협상은 현재 진행 중으로 이르면 1월 중 컨소시엄 구성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관계자는 FT에 “우리는 새로운 세대의 방위산업체가 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이 같은 움직임이 일부 방산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8500억 달러 규모의 막대한 미국 방위예산에서 더 많은 몫을 차지하려는 시도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미국 국방부의 방위사업 계약은 스텔스 전투기 F-35 제조업체 록히드 마틴과 대공미사일 방어체계 제조업체 레이시온, 항공기 제작사 보잉 등이 과점하고 있다. FT는 “미국 방위 조달은 수십 년간 소수의 대기업을 선호하는 분위기 속에서 느리고 반경쟁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실리콘밸리의 신생 방위기업들은 현대전이 벌어지는 환경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더 잘 보호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더 작고, 저렴하며, 자율(자동)적인 무기 생산을 우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기술 방위기업은 올해 이어진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상당한 정부 계약을 따냈고 기업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기도 했다. 팔란티어의 경우 AI 열풍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며 올 들어서만 주가가 300% 상승, 록히드마틴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었다. 2017년 설립된 안두릴 역시 올해 14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고, 스페이스X의 경우 이달 3500억 달러의 기업 가치로 투자를 유치하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타트업의 자리를 꿰찼다.
한편 일부 기술 기업의 협업은 이미 시작된 상황이다. 팔란티어의 AI 플랫폼은 이달 안두릴의 자율 소프트웨어 라티스와 통합돼 국가 안보 목적의 AI를 제공한다. 또 안두릴은 자사의 드론 방어 시스템을 오픈AI의 고급 AI 모델과 결합해 공중에서의 위협과 관련된 미국 정부 계약을 공동으로 수행했다. 앞서 두 회사는 이 파트너십에 대해 “미국 국방부와 정부 커뮤니티가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효과적이며 안전한 AI 기반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