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스타코비치 그리고 바흐 고전 음악의 정수를 읽는다

2025-10-03

전쟁 비극 다룬 ‘레닌그라드 교향곡’

개인사로 엮은 ‘골드베르크’ 연습기

연주자가 쓴 작품 입문·분석서도

책은 음악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해준다. 연휴에 읽어보면 좋을 클래식 음악 관련서 7권을 소개한다.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돌베개)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레닌그라드 포위전을 배경으로 작곡가 쇼스타코비치가 교향곡 7번을 작곡한 과정을 담은 책이다. 쇼스타코비치는 “내 교향곡은 대부분 묘비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말의 출처인 솔로몬 볼코프의 쇼스타코비치 회고록의 신빙성은 논란의 대상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묘비’라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900일간의 레닌그라드 포위전 당시 레닌그라드 시민들이 겪은 참혹한 일들을 다룬 대목은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쇼스타코비치는 어떻게 내 정신을 바꾸었는가>(풍월당)는 소련 인민의 집단적 고통을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진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에 고통받는 영혼을 구원할 힘이 있음을 감동적으로 증언하는 책이다. 어릴 때부터 심각한 조울증에 시달려온 저자는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에서 절망을 버텨낼 힘을 발견했다. 책에는 교향곡 5번 초연을 들었던 음악가의 말이 나온다.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 짐작도 못할 거예요. 당신이 지옥 한가운데 있는데, 주변의 예술이란 것들은 텅 빈 미소를 지으며 여기가 천국이라고 속삭이죠. 그때 불현듯 ‘아니야, 우리는 고통받고 있어, 그것도 아주 심하게 고통받고 있다고!’라고 외치는 음악을 만난 거예요. 당신의 말을 들어주고 당신을 대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기뻐서 울고 싶어지는 거예요.”

<강과 그 비밀>(마르코폴로)은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진 피아니스트 주샤오메이의 자서전이다. 어린 시절 그는 음악학교에 입학하지만 문화대혁명의 광풍에 휘말려 내몽골 지역 수용소에서 ‘재교육’을 받게 된다. 혹독한 시간을 그는 버려진 피아노로 바흐의 곡을 연습하며 견뎌낸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청소와 서빙으로 돈을 벌어 뉴잉글랜드음악원에서 공부한 뒤 마침내 파리에서 정식으로 데뷔했을 때는 이미 45세였다. 그가 낸 두 장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녹음에는 수십년에 걸친 파란만장한 삶의 역정이 녹아 있다. <마오와 나의 피아노>라는 제목으로 나왔다가 절판된 뒤 원서의 제목을 살려 지난해 재출간됐다.

<피아노로 돌아가다>(위고)는 워싱턴포스트의 예술·건축 평론가인 필립 케니콧이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습하는 과정과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과정이 교차하는 책이다. 음악에 대한 사유와 삶에 대한 사유가 바흐 음악의 대위법처럼 나란히 전개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유려한 글과 세밀한 관찰로 사랑, 상실, 인간 조건에 관한 미묘하고 심오한 초상화를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바흐: 천상의 음악>(오픈하우스)은 바흐 해석의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존 엘리엇 가디너가 쓴 바흐 평전이자 작품 분석이다. 대가가 자신의 지식을 빼곡하게 담아놓은 이 책은 친절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이론과 연주를 모두 아는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통찰로 빛난다. 가디너는 2023년 성악가 폭행 사건 여파로 지난해 내한 공연 일정을 모두 취소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팬들에게 기쁜 소식이 있다. 가디너가 지난해 새롭게 창단한 음악단체 ‘컨스텔레이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The Constellation choir&orchestra)’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는 내년 3월 홍콩과 서울에서 바흐의 걸작 ‘b단조 미사’와 모차르트의 작품을 연주할 계획이다.

바흐의 작품 중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레퍼토리는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다. 우리 시대 최고의 첼리스트로 꼽히는 스티븐 이설리스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만복당)은 1930년대 파블로 카잘스의 녹음 이후 전 세계 첼리스트들을 사로잡아온 이 작품의 탄생과 해석의 역사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입문서다. 바흐는 왜 이 모음곡을 작곡했는가, 바흐는 누구를 위해 첼로 모음곡을 작곡했을까, 바흐의 이 모음곡은 어떤 악기를 위한 것이었을까, 이 모음곡은 언제 작곡되었는가 같은 기초적 질문에 대한 답변들 이외에 6개의 모음곡과 개별 악장의 특성에 대한 이설리스의 해설이 실려 있다.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1876~1973)가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가치를 ‘재발견’해 첼로 레퍼토리의 가장 빛나는 성좌에 올려놓았다는 건 이제는 식상할 정도로 유명해진 이야기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찾아서>(21세기북스)는 캐나다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바흐와 카잘스의 생애를 씨줄로, 바흐 당대의 음악사와 20세기 정치사를 날줄로 삼아 바흐와 카잘스의 생애를 동시에 다루는 책이다. 집요한 사실 추적과 명료한 글쓰기라는 저널리스트로서의 강점이 바흐 음악에 대한 애정과 맞물려 탄생한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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