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A 칼럼] 산불 음모론 확산과 헌법재판소의 존재 이유

2025-03-26

조속한 탄핵 선고로 국민통합 지향해야

[서울=뉴스핌] 이영태 선임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늦어지는 가운데 영남권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명피해가 늘어나고 국민들의 가슴도 타들어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오전 기준 18명이 이번 산불로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중상자는 6명, 경상자는 13명인데 건조한 날씨와 강풍 탓에 소방당국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급기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산불을 연관 짓는 황당한 음모론까지 확산되고 있다.

보수 성향 일부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 등에서는 '중국인이 고의로 산불을 낸 정황'이라는 영상이 퍼졌고 "간첩이 아니고서야 누가 대낮에 산불을 지르겠느냐", "북한의 지령에 따른 것이니 탄핵은 기각돼야 한다" 등의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한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게시판에는 "단 하루 만에 전국적 산불 30건은 너무나 말이 안 되는 수치"라며 "이래서 국가정보원 간첩 수사권을 대폭 강화했어야 했던 것"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반면 한 진보 성향 유튜버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무속 논란을 제기하며 "김 여사가 최근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불을 활용한 밀교적 의식인 '호마의식'을 했다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펼쳤다.

"불이 강한 사람은 더 강력한 불을 이용해 주변의 악운을 태울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영상은 이미 8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를 둘러싼 산불 음모론까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지난 25일 "명백한 허위 주장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고 법적 조치 검토 등 강력 대응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산불이라는 재난으로 인해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고 천문학적인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성향과 이념 갈등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음모론까지 횡행하는 것은 한국이 자부해온 민주주의의 뿌리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방증이다.

윤 대통령이 '계몽령'이라며 발동한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이날로 1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지 103일이 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지연될수록 한국사회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적 피로감이 겹치면서 음모론은 더욱 확산될 것이 자명하다.

헌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한국 사회가 정치적 공동체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헌법을 수호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다.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져 한국 사회의 분열이 가속화되는 현 상황은 헌재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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