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매출 3조원 회사로 키우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직원들과 성과를 공유하겠습니다”
국내 유일의 화물전문 항공사 에어인천의 최대주주인 사모투자펀드(PEF) 소시어스 이병국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IFC 소시어스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에어인천은 지난 16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인수를 위한 본 계약을 체결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합병을 위해 내놓은 화물사업부를 사들이기 위해 매출 700억원(2023년)에 불과한 에어인천은 4700억원을 투입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연매출(2023년 1조6000억 원)을 고려할 때 이번 거래를 두고 물류 업계에선 ‘새우가 고래를 먹었다’ ‘알짜 사업부를 에어인천이 싸게 잘 샀다’ 등의 평가가 나온다. 인수 이후 에어인천은 국내 항공 화물 사업 시장 6위에서 2위(운송량 기준)로 올라선다. 이 대표는 “국내 반도체나 의약품 등 첨단 수출 산업들을 중심으로 항공 물류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국내 대표 기업들과 협업한다면 국내에도 화물 전문 항공사가 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는 소시어스의 이병국 대표가 추진했다. 산업은행에서 인수합병(M&A) 업무를 했던 이 대표는 2004년 사모펀드 소시어스를 설립했다. 2018년 웰투시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HSD엔진(현 한화엔진)을, 2020년에는 유압회사 모트롤(현 두산모트롤, MNC솔루션)을 인수했고, 2022년에는 에어인천을 사들이며 항공 화물 시장에 진출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 19 항공 물류 산업이 성장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며, 물류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에 확신을 가진 뒤 성장 가능성을 보고 인수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통합 에어인천 7월1일 출범
에어인천은 상반기 중 해외 취항지로부터 인허가 절차 등을 마무리하고 오는 7월 통합 에어인천을 출범할 계획이다. 기존 소형 화물기와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이관받을 대형 화물기 11대를 함께 운영하면 본격적인 합병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단거리는 소형 화물기로, 장거리는 대형기 화물기를 중심으로 운영한다면 비용 절감 효과와 수익성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거리 노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 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주력 화물기로 쓰는 보잉747-F 기종 대신 보잉 777 화물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보잉 777 화물기는 보잉 747 화물기 대비 높은 연료 효율과 낮은 운영 비용이 장점으로 꼽힌다.
매출 3조원 달성…2026년 IPO 진행
통합 에어인천의 5년 뒤 매출 목표는 3조원이다. 2023년 두 회사의 매출 합계(1조6700억 원)의 두 배 규모다. 향후 신규 화물기를 도입하고 해외 화물 노선도 추가 개설해 물류 영토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그 동안은 항공사들의 화주들에게 ‘갑’(甲)의 위치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화주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 프로바이더(solution provider, 해법 제공자)가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6년 목표로 기업공개(IPO)도 진행한다. 통합되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과는 최근 타운홀 미팅을 통해 처우 개선도 약속했다. 이 대표는 “아시아나항공이 2019년부터 주인 없는 회사로 있어 직원들 피로감이 상당하다”며 “IPO를 통해 안정적인 2위 화물사업자로 시장에서 인정받는 한편 회사의 성과를 직원들과 공유한다는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PEF인 소시어스는 통합 에어인천 출범후 5년간 기업가치를 끌어 올린 다음 새 주인을 찾아줄 계획이다. 물류 업계에선 현대차그룹 물류 전문 자회사인 현대글로비스를 유력한 인수 후보로 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8월 에어인천의 대주주 펀드인 ‘소시어스 제5호’ 사모투자합자회사(PEF)에 150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새로운 주인을 찾기 전까지 가장 안전한 항공 화물 전문 항공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