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기 청정국'으로 알려졌던 아이슬란드에서 실제 모기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자연과학연구소 소속 곤충 전문가 마티아스 알프레드손은 수도 레이캬비크 북쪽 약 30km 떨어진 지역에서 암컷 두 마리와 수컷 한 마리의 모기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발견된 종은 '쿨리세타 아눌라타(Culiseta annulata)'로, 유럽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냉대성 모기다.
이 표본들은 원래 나방을 끌어들이기 위해 설치된 '와인 로프' 장치에서 포획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치는 설탕을 섞은 따뜻한 와인을 천에 적셔 야외에 걸어두는 방식이다.
알프레드손 박사는 “아이슬란드의 자연환경에서 모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과거 케플라비크 공항에서 북극권 모기 종 에이디스 니그리페스(Aedes nigripes)가 비행기에서 포착된 사례가 있었으나 그 표본은 현재 분실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남극 대륙과 함께 아이슬란드는 오랜 기간 모기가 없는 몇 안 되는 지역으로 알려져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확인된 모기들이 선박이나 화물 운송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알프레드손은 “향후 봄철 관측을 통해 이들이 실제로 번식할 수 있을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아이슬란드의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덜 추워지면서 곤충이 생존하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알프레드손은 이번 사례가 단순히 온난화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종은 추운 환경에도 적응력이 뛰어나 혹한을 견디며 다양한 서식지에서 번식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아이슬란드에서도 정착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