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한 식감에 건강에도 좋은 이 식재료…“향도 맛도 싫어” 호불호 갈리는 이유

2025-11-09

아삭한 식감과 청량한 맛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는 오이. 90% 이상이 수분으로 이루어진 오이는 갈증해소와 체내 수분 밸런스 조절에 도움을 준다. 샐러드나 김밥 속 재료로 사용하거나 초무침이나 장아찌로 만들어 반찬으로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오이는 한국인들이 즐겨 먹으면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식품이기도 하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갑각류나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보다 ‘유별나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똑같은 오이의 맛을 다르게 느끼는 이유는 뭘까.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일부 사람이 오이와 고수를 못 먹는 이유는 ‘민감한 유전자’ 때문이다. 오이에 대한 호불호를 결정짓는 건 ‘TAS2R38 유전자’다. 이 유전자를 통해 쓴맛에 민감한 사람과 둔감한 사람이 나뉘는데, 민감형은 둔감형보다 쓴맛을 100~1000배 강하게 느낀다고 한다.

오이 꼭지 부분에는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이라는 쓴맛을 내는 성분이 존재하는데, 이 성분은 암 세포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고, 간염 예방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에 따라 쓴맛을 과하게 느끼는데, 이런 이유로 일부 사람들이 오이 섭취를 피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때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개설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해당 페이지는 팔로워수가 11만명에 달할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용자들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 대부분에 오이가 들어 있다며 불편감을 호소하거나 ‘오이를 피할 수 있는’ 다양한 노하우들을 공유했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독특한 향 때문이다. 과거 미국 유타대학교 유전과학센터는 관련 연구를 통해 “오이의 쓴맛을 내는 커커비타신과 향을 내는 노다디에놀, 노나디엔알이라는 성분 때문에 민감한 사람들이 거부반응을 보일 수 있다”며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오이가 가진 특유의 ‘쓴 맛’에 과 ‘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향의 주범인 쿠쿠르비타신은 오이 뿐 아니라 멜론이나 수박, 참외 등에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오이를 못 먹으면 멜론이나 참외도 좋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고수 역시 오이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식재료다. 나시고렝(인도네시아식 볶음밥)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요리에 자주 쓰이지만, 고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비누 냄새’ ‘화장품 맛’에 비유하며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미국 유전체 분석 전문 기업 23andME에 의하면, 11번 염색체 속 후각 수용체 유전자인 OR6A2에 변이가 있는 사람은 고수 속 알데하이드 냄새를 감지한다. 알데하이드는 비누, 로션 등에 함유된 화학 성분이다. 실제로 고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미나리 한 포대 씹는 맛이 난다’ ‘비누 맛이 난다’ ‘화장품을 먹는 것 같다’고 느끼기도 한다.

유전자 변이는 고수 선호도가 높은 중동, 남아시아 국가에서 발생 비율이 낮고, 고수 소비가 적은 동아시아 등에서 발생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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