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유발 전국 학교 급식실 환기 시설, 36%만 교체

2025-06-18

영양사도 폐암…경력 10년 미만은 인정 못 받아

환기 시설 개선 기준도 교육청·교육부 사이 이견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급식 노동자의 폐암 발병이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며 정부가 환기 시설 개선 사업 관련 대책을 제시한 지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사업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학교 급식실 노동자의 폐암은 2021년 처음 산재로 인정됐다. 같은 해 12월 고용노동부는 교육부에 학교 급식종사자 건강검진 권고하고, 급식실 환기 설비 설치와 환기 가이드라인를 제시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18일 분석한 결과, 유치원을 포함한 초·중·고 급식실 가운데 환기 시설 개선 대상인 1만722곳 가운데 실제 이행된 학교는 기존 목표치에서 후퇴한 3909곳(36%·올해 3월 기준)에 그쳤다.

◆ 학교 밀집한 수도권 지역 환기 시설 개선 사업 이행률 평균 21%

급식실 환기 시설 개선 사업은 급식 노동자들의 폐 건강과 직결된다. 급식 노동자들은 튀김, 볶음, 구이 등 고온에서 기름을 사용해 음식을 조리할 때 조리흄이라는 암을 유발하는 유해 물질에 노출된다.

17개 시·도교육청 중 이행률이 가장 낮은 곳은 서울시교육청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환기 시설 공사가 필요한 급식실 1029곳 가운데 11%(114곳)만 설비를 개선했다. 유치원은 개선한 곳이 '0'이다.

다수의 학교가 몰려있는 수도권 지역은 21%로 전체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인천과 경기는 각각 22%, 31%에 그쳤다.

이어 ▲경북 23% ▲대전 23% ▲울산 33% ▲전남 33% ▲세종 39% ▲광주 40% ▲대구 40% ▲충남 44% ▲강원 46% ▲경남 48% ▲부산 49% ▲전북 58% ▲충북 61% 순이다.

급식실 환기 개선 사업 이행률이 가장 높은 곳은 제주로 196곳 가운데 74%(138곳)로 나타났다.

17개 시도교육청에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학교 급식실에서 폐암으로 산업재해가 인정된 사례는 169건이다. 이는 10년 이상 급식실 조리실 등에서 근무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수치로,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경숙 학교급식실 폐암대책위원회 공동 위원장은 "10년 미만 재직한 근로자들은 산재 인정을 잘 받지 못하고 있다"며 "미세 물질인 조리흄은 급식실 곳곳에 떠다니는데, 재직 기간이 10년이 넘은 제주에 한 영양사도 폐암에 걸렸지만 요리 업무를 하지 않는다고 산재 승인이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2027년까지 환기 시설을 모두 바꾸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오히려 관련 예산을 줄이고 고액의 요리 로봇을 구입하는 등 목표 연도까지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고 부연했다.

◆ 교육당국 환기 개선 관련 예산 70% 이상 삭감

실제로 급식실 시설 개선 사업비가 큰 폭으로 삭감됐다. 2025년 서울시교육청 예산안에서 급식실 시설 개선 관련 예산은은 전년 대비 70% 이상 깎였다.

시·도교육청은 예산 부족을, 교육부는 관련 예산을 집행했지만 시·도교육청이 자체 예산을 투입지 않는다며 책임 소재를 미뤘다.

부처 사이에서 급식실 환기 시설 개선 기준을 두고 이견이 발생하면서 관련 사업 진행도 늧춰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교육부의 안을 학교 현장에 맞춰 새 기준안을 마련했다. 교육부는 고용노동부의 기준을 2023년 상반기에 개정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급식실 환기 시설 개선에 2~3억원이 필요한데 교육부는 집행 금액을 1개교당 1억 원으로 한정해 자체 예산이 부족해 사업 집행이 느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방학 때만 공사를 할 수 있는데 2023년 (급식실 환기 기설) 개정안 이후 방학이 3번밖에 없어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고, 급식실 환기 시설 개선안을 이행할 수 있는 적합한 공사 업체를 찾지 못해 교육청에서 관련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1억 원 외에 드는 비용은 교육청에서 자체 예산으로 충당해야지 모든 비용을 지원하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한편, 2021년 2월 근로복지공단이 경기 수원 한 중학교에서 조리실무사로 12년간 근로자가 폐암으로 숨진 사건을 업무상 질병으로 처음 인정하면서 급식실 폐암 산재가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aaa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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