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잔] 스테이지 트럭

2025-05-09

대만의 한 납골당 입구. 왼쪽에는 죽은 영혼을 지켜준다는 신의 동상이, 그 오른쪽엔 화려하게 꾸며진 대형 무대가 있다. 납골당과 화려한 무대라니 참 어색한 조합이다. 음력 7월은 귀신들이 인간세계에서 즐기도록 허락받은 ‘귀월’이며, 그 문이 가장 활짝 열리는 날이 7월15일 ‘중원절’이라 한다. 중원절을 기리는 여러 나라 중에서도 영혼들을 위한 ‘복지’가 가장 좋은 나라가 대만이다. 조상의 넋을 위해 종갓집 못지않은 정성을 들여 음식을 준비하고 저녁이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한바탕 축제를 벌인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준비하는 그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이러한 무대, 스테이지 트럭이다.

2005년 말, 대만 출신의 사진가 센차오량(沈昭良)은 야외 카바레 공연단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당시 필연적으로 만난 스테이지, 말 그대로 무대로 변신하는 이동식 트럭의 매력은 그를 8년간에 걸친 프로젝트 ‘STAGE’로 이끌었다. 조용한 시골, 야시장 옆, 외딴 어촌, 혼잡한 도심의 인도, 번화한 사원 앞에서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스테이지 트럭은 대만 사람들에게는 그저 단순한 이동식 무대가 아니다. 오랜 세월 농업 중심의 공동체 생활을 해 온 대만 사람들에게 이 무대는 결혼식, 장례식, 그리고 지역 축제에 이르기까지 서로의 삶을 나누고 전통의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문화적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사진가들이 가장 탐내는 시간, 해가 사라진 직후 매직 아워에 촬영한 작품은 부드럽지만 깊은 색감의 자연광과 화려한 인공조명이 어우러져 무대의 존재감이 강하게 드러난다. 4×5 대형 카메라와 컬러 슬라이드 필름을 이용한 장노출 촬영은 누구에게나 무척 까다로운 작업이다. 하지만 센차오량은 대만의 소중한 전통문화를 가장 완벽한 색감으로 드러내기 위해 기꺼이 수고로움을 선택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집에 있을 시간, 인간이 사라진 풍경 속에서 무대는 더욱 화려하게 빛난다.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시각으로 대만인들의 삶의 방식과 가치를 전하는 스테이지 트럭은 마치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로봇처럼 그들의 전통문화에 무한한 존재감을 더한다.

석재현 사진기획자·아트스페이스 루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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