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4000억~5000억씩 증가
작년 차입금, 전체 자본금 73% 차지
경영성과 빛바래 … 농·축협 지도·지원 숙제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농협경제지주가 지난해 농협은행으로부터 단기차입금을 꾸준히 늘리면서 합계액이 자기자본의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격리곡 매입과 함께 운전자금 용도로 농협은행에서 수천억원을 빌렸기 때문이다. 농협경제지주가 사업비의 대부분을 은행 대여금을 통한 자본조달에 의존하면서 당초 경제 사업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실행한 신경 분리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는 지난해 12월 31일 특수관계인 차입 자금을 공시했다. 거래 내역을 보면 농협경제지주는 특수관계자인 농협은행으로부터 2100억원의 자금을 시장금리(MOR)에 0.84%를 가산한 조건으로 빌렸다. 대출 기간은 1년으로 대출 목적에는 시장격리곡 매입자금이라고 명시했다. 이 외에도 축산물 유통센터 운영자금, 운전자금, 두류비축 매입 자금 명목으로 각각의 자금을 대여했다.
농협은행을 통한 차입이 증가하며 농협경제지주의 누적 차입금은 총 3조6465억원까지 늘었다. 작년 한 해에만 농협은행에서 16번씩 차입하면서 금액이 크게 증가했다. 누적금액은 경제지주의 자본금(5조23억원)의 73%를 차지하고 있다.
차입금은 대부분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부채이지만 대부분 해를 넘겨 이월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차입금은 3조1912억원이었지만 이듬해인 지난 6월 기준 채권액은 2조9263억원으로 회수 금액은 2649억원에 그쳤다.
이에 더해 농협경제지주 계열사들의 농협은행의 채무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이들 계열사에 대한 농협은행의 보증 채무는 농협사료 3487억원, 남해화학 705억원, NH농협무역 628억원, 농협케미컬 134억원, 농협목우촌 6억6000만원이다. 이외 NH농협무역 237억원, 남해화학과 농협홍삼의 추가 채무 보증금액도 각각 39억, 10억원으로 공시됐다.
농협경제지주는 농협금융지주와 함께 농협의 핵심 축 중 하나다. 농협금융지주는 최근 수년간 고금리 기조 아래 거둔 이자 이익을 바탕으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등 매년 성장했지만 경제지주의 경영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2012년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를 통해 금융사업을 영위하는 농협금융지주와 경제사업을 하는 농협경제지주로 분리됐다. 이후 농협경제지주는 2021년 농·축산물 유통과 도매, 영농자재 공급 등을 고도화해 농민을 지원하려는 취지로 설립했다. 같은해 11월 농협경제지주는 유통 계열사 4곳(농협유통·농협충북유통·농협대전유통·농협부산경남유통)을 흡수해 통합법인을 출범시켰다. 각종 사업을 끌어오면서 2021년 7조원대였던 매출액은 2022년 이후 10조원 안팎으로 늘어나며 외형이 커졌다.
반면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했다. 농협경제지주는 출범한 2021년 당기순익으로 75억원 기록했으나 이듬해인 2022년 37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농협경제지주는 특성상 양곡관리 사업, 농산물 수급 안정 등 정부 사업을 대행하고 이를 돌려받는 구조다 보니 대규모 사업 자금 대부분을 농협은행으로부터 대여해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으로부터 매입하는 차입금이 매년 쌓이는 구조다.
이 때문에 농협 안팎에서는 강호동 농협 중앙회장이 농협경제지주의 재정 건전성 개선을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강호동 회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 농·축협 중심의 지도·경제 사업 재편을 내걸었다. 농협경제지주의 농·축협 지도·지원 기능을 농협중앙회로 이관해 지원 채널을 일원화하고, 농협중앙회 계열사에 대한 농·축협 참여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경제지주가 가지고 있는 농·축협 지도·지원 기능은 수익성 목적이라기 보다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는 기능"이라며 "중앙회로 지도·지원 기능이 이관돼 일원화된다면 경제지주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농·축협 지도·지원 기능을 이관에 대한 권한은 농협경제지주가 아닌 농협 중앙회의 소관이다. 농협경제지주 스스로 재정상황을 타개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강 회장은 앞서 후보 시절에도 '1중앙회 1지주' 체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농협경제지주가 독립법인으로서 이익을 내려고 하다 보니 사업영역이 겹치는 지역 농협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왔다. 이에 농협금융지주의 농협캐피탈 매각과 농협생명 및 손해보험을 공제사업으로 재편하고 상호금융을 농협의 수익 센터로 혁신해 수익성을 바탕으로 농·축협 정기예치금 금리 등 조정 등 농협의 혁신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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