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대회 불운을 씻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제55회 대통령기 전국통일구간마라톤대회 시도대항전(고등부)에서 서울이 대회를 2연패하는 데 가장 긴 코스를 뛰며 기여한 이영범(배문고 2학년)의 소감이다.
이영범은 7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출발해 경기 파주 임진각까지 이어지는 통일로 46.9㎞ 구간에서 펼쳐진 대회 시도대항전 부문에서 5소구간(10.2㎞)을 32분26초10에 끊었다. 이영범이 가장 긴 구간에서 경쟁자들을 2분 이상 앞선 덕분에 서울은 대회를 2연패했고, 이영범은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이영범은 지난해 대회에서 2번째 주자로 달리다가 넘어지며 골반을 다쳐 제 기량을 보이지 못했다. 그는 “작년 실수를 극복하자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며 “지금도 작년 부상이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지만 마음의 짐은 덜었다”며 웃었다.
이영범은 배문고 에이스로 올해 전국 고등부 중장거리 최고 선수다. 지난달 정선에서 열린 라이트 랩에서 14분48초18로 올해 5000m 고등부 1위 기록을 세웠다 .앞선 3월 예천에 열린 대회에서는 10㎞를 31분05초에 주파했다. 역시 올해 고교 1위 기록이다.
이영범은 서울남부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육상 선수의 꿈을 키웠다. 육상부에서 활약하던 친형이 너무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형은 운동을 그만뒀지만 동생은 한국 최고 마라토너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힘들고 외롭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그때마다 나는 한 가지 생각만 한다”며 “그건 ‘내가 좋아서 스스로 시작한 달리기, 책임감 있게 끝까지 해야겠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영범 장점은 지구력과 성실함이다. 키는 다소 작은 편이지만 하체가 길어 장거리 선수로서 손색이 없다. 그는 “고교 졸업 전까지 5000m를 14분20초에 끊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고교 장거리 선수들은 마라톤을 뛰지 않는다. 이 시기에는 앞으로 마라톤을 뛸 수 있는 체력과 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는 “대학으로 갈지, 실업으로 갈지, 받아주는 팀이 있으면 어디든 가겠다”며 “고교 졸업 후 바로 마라톤을 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동경해온 마라톤은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며 “나를 이기려고 더욱 노력해 차세대 한국 간판 마라토너가 되겠다”고 다짐했다.